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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Jul 01. 2020

잘 놀다 건강하게 퇴사합니다.

퇴사와 이직 시, 고려해야 할 것들

퇴사했다.

7년 2개월의 아이보스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리고 스타트업에서의 또다른 시작.

-

아이보스는 나에게 무대이자 놀이터이자 기회의 땅이었다.
구직 당시 절박한 시절이었지만, 누구보다 멋지게 일하고 싶었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짜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4번의 입사지원 끝에 겨우 일하게 된 곳에서 7년 넘도록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업부의 수장 역할까지 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출발선이 다른 시점에서 남들보다 배 이상으로 노력해야만 비슷한 수준에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내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고백하자면 난 외부에 포장이 잘 된 사람이다.
대행사업부의 수석 팀장이었을 때도,
교육사업부장으로 일했을 때도,
희한하게 항상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고, 그들덕분에 좋은 에너지와 성과를 거둔 적이 많았다.
이게 내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인복.

많은 분들이 나에게 왜 퇴사를 하는지, 이직을 하는지 궁금해 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일을 하다보면 감사하게도 이따금씩 이직 제안이 온다. 지금 껏 모든 제안들을 정중히 거절하다가 코로나 이슈로 무기력한 내 모습을 보면서 어느덧 내 나이와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한정적이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2년 뒤 불혹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도전이든 안정이든 뭐든 선택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보스라는 틀을 벗어나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사실 이런 생각이 최근에 불거진 건 아닌데 눈 앞의 현안들에 급급하다보니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게지.


한 직장에서 7년 넘게 일을 하다보면 많은 부분들이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당연해지고, 판단하고 지시하게되는데. 그 과정에서 현재 나라는 사람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섬뜩해졌다.

아이보스 틀을 벗어난다는 것은.
아이보스라는 네임밸류, 교육사업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다 벗어던지고 온전히 나란 사람으로서 경쟁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다른 곳에 가서도 역할을 잘 해낸다면 스스로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갖게 될테고,
반대의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더 노력해야한다는 걸 알게 될테니 나에게 나쁠건 없다고 생각했다.

-

이쯤되면 몇몇 후임들이 물어본다.
"혹시 부장님 같은 사람도 경력직으로 이직하면 좀 부담스럽나요?"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무지하게 쫄린다.
회사 네임, 직급, 경력 등에서 오는 기대치가 있으니까. 신입과 다르게 경력직은 어디로 이직을 하든간에 즉시 전력감으로 가게 되는데 그만큼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부담도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성장하는데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한다. 어디에서 무얼하든 어떻게든 증명해내야겠지. 늘 그랬듯 내 방식대로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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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젠 내가 직장생활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좀 해보려한다.

[월급을   준다는 ]
다같이 모여서 일을 한다는 것도 굉장한 일이지만, 회사에서 꼬박 꼬박 월급을 준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하나의 조직이, 회사가 운영되려면 난 내가 받은 월급에서 몇 배의 가치를 실현 시켜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해보는 것 자체가 큰 공부였다. 난 회사에서 월급을 더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 그 반대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관점이다.

[대표님과 직원의 입장 이해]
신입사원으로 출발해서 부서장의 역할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매사에 설득을 하고, 설득을 당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의사결정에 분노하고, 반대하면서도 결정이 나면 팀원들을 다독이며 설득시켜야 하는 내 모습을 보다가, 내 맘같지 않는 부서원들을 볼때면 싫은 소리를 하면서라도 밀어 붙이는 나를 발견했다. 뭐가 됐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리더의 몫이었다.
대다수가 책임지는 걸 꺼려한다. 아마도 잘못된 상황을 마주하게 될까봐 두려운 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고, 그 사이에서 많이 외롭다.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방식의 의사소통인 것 같다.

[좋은 리더와 좋은 사람]
안타깝게도 난 좋은 사람과 좋은 리더 사이 애매한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직장에선 좋은 사람 보다는 좋은 리더가 돼야한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기위해선 누구에게나 미움받을 용기 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직에서 좋은 선임은 친절하고 커피 잘 사주는 선임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켜주는 선임이다. 욕심이지만 나도 그런 선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레퍼런스 체크]
업계에서 일을 오래 하다보면 종종 외부로부터 이직자 레퍼런스 체크 문의가 들어온다. 그동안 일했던 이력사항 뿐만 아니라 평소 근무태도와 조직 내 기여도를 물어보기도 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다만 난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사람인가.. 이따금씩 되돌아 보는 것도 꽤 중요한 부분이다.

[의사소통의 중요성]
나름 직장 생활을 해보니 진짜 중요한 능력은 '의사소통' 이었다. 자신의 직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실무자들은 아주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일을 만들어내고, 결국 그 일이 되게 한다.
사실 직장에서는 이게 전부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연봉이 높다.

[퇴사 고민될  스스로 질문했던 내용들]
1.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2. 충분한 시도를 통해 타진해봤는지
3. 스스로 만족하는 업무 포지션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4. 커리어에 문제 될 부분은 없는지
5. 도피인지, 선택인지
6. 차후에 후회할 여지는 없는지
7. 정말 퇴사하려는 이유가 진짜 그이유가 맞는지
8. 스스로 원하는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직할  스스로 질문했던 내용들]
1. 그 회사의 가치관에 내가 동의할 수 있는지
2. 미래 회사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3.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
4. 대우나 조건이 기존과 얼마나 다른지
5. 경영자 및 구성원들의 역량과 균형이 어느정도인지


마지막으로 나의 퇴사와 이직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이해해준 대표님과 우리 교육사업부 팀장들, 모든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아이보스라는 회사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다.
나의 30대를 찬란하게 빛내준 회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어딜 가든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야지.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직에 좀 더 관대해지고,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살다보니 뭐가 됐든 나와의 궁합(Fit)이라는 게 존재하더라. 아니다 싶으면 빠른 판단도 중요하다.

어차피 내가 사는 인생인데 나와 더 잘 맞는 곳, 잘 맞는 사람들을 찾고 함께 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자.


마지막으로 9년전 오늘,
상경하면서 의지가 약해질때마다 다이어리에 두고 꺼내 보았던 문구를 첨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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