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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Aug 26. 2021

퇴사자의 편지

모든 대표님들과 동료분들께.


To. 늘 어깨가 무거운 모든 대표님들께.



- 리더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해서 회사 모든 동료들에게 동일한 의미와 맥락으로 전달될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안타깝게도 '말'은 전달자의 상황, 주관적 견해, 심리상태 등에 따라 미묘하게 왜곡되어 전파되기도 합니다. 혹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온전히 흡수되지 않을 수도 있구요. 투명한 의사소통의 핵심은 진심이 담긴 메시지 전파가 아닌,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자격으로 수용 가능한 시스템에 있습니다.


- '피벗'과 '잦은 변경'은 엄연히 다른 성격입니다. 약간의 방향 전환에도 실무자들에겐 제법 많은 양의 새로고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짧은 주기로 되돌이표처럼 돌아간다면 최악의 경우 실무자들에게 패배의식만 남게 됩니다. 심사숙고해서 의사 결정해주세요.


- 혼자 잘하는 건 쉽지만 같이 잘하는 건 많이 어렵습니다. 인적 자원은 1+1=2가 성립되지 않아요. 자원에 따라 1.5가 될 수도 있고 3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에 단순 인재 채용으로 응수한다면 쉽게 해결되진 않을 거예요. 'Quantity' 문제인지 'Quality' 문제인지 명확하게 따져보세요. 전자라면 업무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후자라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채용하세요. 그리고 채용하면 그 사람이 온보딩 되는데 시간을 넉넉히 주세요.


- 명백히 문제가 많은 직원임에도 해고가 참 어려운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회사 대표를 한다는 건 국가대표만큼 힘든 자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인재 채용은 정말 정말 잘해야 합니다. 급하더라도 타협하지 말고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더더욱 맨파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규모와 상관없이 아무나 뽑지 마세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을 테니까요.


- 외부 전문가가 하는 말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현상을 보고 지적하는 건 너무나 쉽습니다. 그들이 성공했던 모델이 우리에게 똑같이 적용되진 않을 거예요. 어차피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내부 동료들의 의지와 동기부여라고 생각합니다.


-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해주세요. 운영 방향, 정책, 규칙, 소통방식, 친밀도 등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순간 회사 신뢰도는 와르르 무너질 거예요.  


- IT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면 SEO(검색엔진 최적화)와 자사 데이터(회원정보)를 확보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쓰세요. 이 부분을 간과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경쟁사보다 훨씬 비싼 비용으로 고객을 데려와야 할 겁니다.

Organic, Referrer, Retention 이 3가지 키워드를 명심하세요.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 이유 불문하고 대한민국 회사 대표님들 모두 리스펙합니다. 진심으로요.




To. 불철주야 고생하는 실무자분들께.



- 일의 '맥락(파이프라인)'을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내가 하는 일이 전체 과정에서 어떤 연결성을 지니는지 아는 것과 단순 내 업무 영역만 집중하는 것은 일의 완성도에서 꽤 차이가 납니다. 리더라면 팀 프로젝트마다 팀원들에게 무엇을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세요.


- 리더는 매일같이 바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잉여의 시간을 만들어 함께하는 일의 진척도와 개별 피드백에 에너지를 활용하세요. 그리고 팀원들은 어떻게든 업무 데드라인을 꼭 지켜주세요. 화사 생활에 매우 중요한 약속입니다.


- 부정의 바이러스는 그 무엇보다 빠르게 확산됩니다.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초 치는 사람, 안건마다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 특히 남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꼭 멀리하세요.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입증하는 방법은 가장 쉽지만, 수명 또한 가장 짧습니다.


- 대표는 외부 인프라와 네트워킹 영역이 꽤 넓은 편입니다. 가끔씩 다른 곳과 비교하면서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냥 차분히 들어주세요. 사실 이 모든 게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한 선의의 말들입니다. 참 신기하게도 관리자가 되면 새로운 정보, 새로운 방식은 늘 좋아 보여요. 아무것도 안 하는 대표보단 많은 외부활동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전파해주는 대표가 100배 낫습니다.


- 대표나 리더를 고립되게 만들지 마세요. 회사에서 매번 자주 바뀌는 의사결정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걸 주장하기보단 어떻게든 회사를 성장(혹은 생존)시키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런 거예요. 누구보다 가장 치열한 고민을 하고 매 순간 선택에 놓이는 게 대표입니다. 늘 외로울 수밖에 없는 자리예요.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주세요.


- 예스맨이 되지 마세요. 아니다 싶을 땐 거절하세요. 반드시 내 의견을 피력하고,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설득하세요. 만약 내 생각과 다르게 의사결정이 되더라도 결정된 사항에 대해선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이것을 따르지 못하겠다면 그 사람이 떠나는 게 모두에게 좋습니다.


-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것보단 말에 힘을 싣는 게 훨씬 설득력 있어요. 그러려면 논리에 비약이 없어야 되고, 그걸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전달력과 표현력은 그다음입니다.


-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세요. 혼자 성과를 내는 사람도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 함께 일이 되게 만듭니다. 이건 차원이 다른 게임이에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 시니어가 되고 책임자가 됩니다. 매일 설득당하고, 설득하는 일의 연속이 될 거예요. 훌륭한 선수가 반드시 성공한 지도자가 되진 않습니다. 그러니 상대방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듣고, 이야기하세요.  


- 사수가 없다고 너무 불안해하거나 불평하지 마세요. 훗날 내가 좋은 사수가 되어 팀원들을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참고로 좋은 선임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성장의 밀도를 채워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제 경험 상.. 성장할 사람은 어떻게든 스스로 성장하더라고요. 미리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 성과와 별개로 내가 투입된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잘 기록해두세요. 그리고 이력서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세요. 그 과정에서 난 회사에 무엇을 기여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반추해보세요. 마땅히 쓸게 없고 기억나지 않는다면 1인분의 역할을 못하고 있거나 비효율적인 업무가 많을 수 있어요. 나와 회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 나름 오래 일을 해보니 최고의 복지는 함께 하고 싶은 '좋은 동료'입니다. 나의 성장욕구를 자극하는 동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함께 하면 더 잘될 것만 같은 동료. 이게 조직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복지입니다. 제일 좋은 건 내가 먼저 '좋은 동료'가 되는 겁니다.

"여러분은 함께 하고 싶은 좋은 동료입니까?"


장문의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년 뜨거운 여름날.

 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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