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리뷰하다
많은 순간 '변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변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종종 어쩔 수 없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정말, 변했다고 생각해?"
질문이 이쯤에서 끝난다면 "그래, 변했다고 생각해. 아니,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변했어."라고 답하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질문은 다시 이어진다.
"어떤 점에서, 어떻게 변했는데?"
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질문을 적은 지금도 말문이 막히는 걸 느낀다. 어색하게 왼 손을 턱에 올리고, 그 팔꿈치를 오른손으로 받치고 잠시 생각한다. 그러면 의심이 솔솔 솟아난다.
'나는 변했나?'
오랫동안 이 질문을 피해 다녔다. 답하기를 미루고, 못 들은 체 했다. 하지만 오늘 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생각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나는 변했는가?' 하는 질문에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일 것 같다.
결론부터 적으면,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막혀있고, 자주 후회하며, 겁이 많고, 두려워하는 일도 적지 않다.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보다 내면에 대한 관심이 더 크고,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기를 즐기며, 고집스러운 주제에 몹시도 우유부단하다.
약점 퍼레이드가 아니기에 이 정도만 적기로 하고 이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거와 동일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변하지 않았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느냐?
간단한 이야기다.
나는 변하지 않았지만, 달라졌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이 변한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변하는 것과 달라지는 것은 조금, 어쩌면 조금 많이 다르다.
'나'는 변하지 않았지만 '나'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달라졌다.
보는 관점뿐 아니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나'가 변하지 않아도 세상을 보는 관점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마치 변한 것처럼 되어버린다.
지금까지 변한 것 같은데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던 모순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쟁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다툼은 애초에 전제가 잘못되어 있던 거다.
변화라는 것은 한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변하지 않으면서 변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거다.
왜 이렇게 간단한 걸 깨닫지 못했을까?
관점을 달리 하는 것 역시 간단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의 시간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나를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수월하다.
때로는 어떤 계기를 통해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놀라면서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한 순간에 변할 수 있니?"하고.
하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일 거다. 다만 관점을 달리 했을 뿐이라는 걸 구분하지 못하는 것뿐이기에.
재미있는 건 자신의 주관이라는 관점이 없는 사람은 관점조차 바꿀 수 없다는 거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데다 달리할 관점조차 없는 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자신을 바탕으로 한 관점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볼 일이다.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 있을까?
난세다.
오래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대를 마주한 적은 없었다.
이런 시대라면 더더욱 자신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납득할 수 있는, 인정할만한 주의나 주장을 만난다면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도 있어야 한다. 관점이란 삶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는 갈대 같은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과 변할 수 있는 관점이 공존하는 개인이 더 많아질 때 사회는 더 조화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마무리 하자.
조금은 애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이 조금씩 넓어지고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관점이 달라짐으로써 마치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보고, 대하는 관점이 달라졌거나, 당신이 나를 보고, 대하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비밀이 풀렸는가?
오늘의 나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