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들지 않는다_마루야마 겐지
오래전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늑대는 자립 혹은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로마를 건국했다는 로물루스 형제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세월이 흘렀어도 늑대는 자유와 창조를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늑대가 길들어 개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늑대와 개가 유전자의 99%가 동일하다고 해도 늑대와 개는 결코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99% 동일함에도 같은 존재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두 존재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그 자립성, 독립성부터.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다른 책, 히라노 게이치로의 어떤 책을 찾으려고 다니던 중에 눈에 들어온 거다.
'젊음을 죽인다'
어차피 나이 들어 늙어지면 저절로 젊음을 잃게 될 텐데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조금 읽어보니 나이 적음을 의미하는 그런 젊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젊음이란 좀 더 근본적인 자유 혹은 자립, 자발적인 삶에 대한 것이었다.
종속되지 않는 삶, 구속받지 않는 삶, 휘둘리지 않는 삶, 기대지 않는 삶.
자립한 젊음은 죽어버린 젊음이 잃어버린 자유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립한 젊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길이 험하고 또 외롭기 때문이라고.
이 책에 담긴 마루야마 겐지의 젊음에 대한 생각은 몹시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것이다. 나 역시 그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고 동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들지 않고 누구에게 기대지도 않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에서 우리는 뜻이 통하고 있었다.
마루야마 겐지는 스스로 이 책을 쓰면서도 끝까지 읽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걸 예상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에도 의지해서는 안되고, 술이나 먹는 것에 의존해서도 안되며, 직장은 물론 지배자들에 길들어서는 안되고, 누구의 지배를 받지도 누구를 지배하지도 말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사실이 진리가 된 세상을 살면서 무엇에도 기대하지 말고 의지 하지 말라니 이건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것인가 야생의 동물로 살아가라는 것인가 싶어 질 거다. 결국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책을 덮어버리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그의 견해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닐 거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의존하지 않고, 지배받지 않는 자립과 독립은 사람의 삶의 만족을 높이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원망한다. 그들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을 낭비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모았어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어도, 잘 먹고 또 즐겼어도 그 삶에 자립한 젊음이 없다면 어떤 의미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흙으로 돌아갈 뿐인 무의미한 삶을 산 것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 끝나는 삶을 살아간다. 어쩔 수 없다면서 말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강경하다. 그렇게 무의미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상이 자립한 젊음을 말살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고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런 삶을 살 수 있겠느냐고 되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한 사람, 마루야마 겐지는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숙하지만 나 역시 비슷한 노력을 해왔다. 의존하는 것, 의지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애써왔다. 술이나 담배와 같이 의존성이 강하고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에 빠지지 않도록 붙드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여기에서 저기를 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아니어도 그 삶 역시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이 생겼고, 내 편이 줄어들었지만 그것 역시 애통하지 않았다. 자유로움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자립하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외로운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재밌는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약자'에 대한 생각이다.
"약자의 대부분은 사이비 약자이다. 약자인 척을 하면서 인생과의 싸움을 회피하려는 게으름뱅이이거나 비겁한 자이다."
이 말이 뜨끔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삶의 마지막에 지금까지 살아온 대부분의 날을 후회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조차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의 변명, 또 한 번의 거짓이 진정한 당신을 훼손하고 무너뜨린다. 나중에는 스스로도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지게 된다. 사이비 약자의 비참한 말로다.
이 책에서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려면 개인의 정신을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는 자이다."
'진정한 혁명은 개인으로부터.'
세상을 바꾸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곧 세계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이렇고 저렇기 때문에 저렇게도 이렇게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세상이 바뀌어 주기를 기다리고 바란다. 이렇게 염치가 없을 수 있다니, 이렇게 양심이 없다니 말도 나오지 않는다.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과 다름을 겁내고, 두드러지고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세상.
자립한 젊음은 멸종을 향해 치닫고, 모두가 그렇고 그런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세상.
지금의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안에서 혁명을 시작해야만 한다. 지금껏 자립한 젊음을 죽여왔던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거절하며 멀리해야 하는 거다.
무기력한 세상이지만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하나라도 늘어나기를.
매일 밤 잠들기 전 한 번쯤, 나는 진정 살아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이 한결같이 '그렇다'가 되는 날이 도래하기를.
당신의 자립한 젊음은 살아 있는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