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방심할 수 없다

마음_나쓰메 소세키

by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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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는 사람의 마음에 귀기울인 작가로 기억에 남아 있다.

<마음>은 특히 애착이 가는 소세키의 작품인데, 그 까닭은 처음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자 오래도록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거의 매년 한 번씩은 다시 읽어보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지금의 내 마음이 어떻게 울리는지 점검하는 진찰과 정리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은 '나'가 만난 '선생님'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나를 가르친 스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째서였는지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해 줄곧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뿐이다.

스승과 제자로 학문을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관계는 아니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것이라면 '나'는 분명 '선생님'에게 배운 바가 작지 않다. 그렇기에 어쩌면 처음부터 선생님이라 불렀던 것이 조금도 틀리지 않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일정한 직업이 없이 집에서 소일하는 한량이나 다름없다. 행패만 부리지 않을 뿐 특별히 하는 일도, 해야 할 일도 없지 한가롭게 지낸다. 그러나 그런 선생님은 어쩐지 종종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사모님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고, 건강하며,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시달릴 일도 없고, 여자를 좋아한다거나 바람을 피우는 성격도 못된다.

'나'는 이런 선생님의 성격과 거의 반대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특별히 고민하거나 좌절해 있지도 않고, 얽매여 있지도 않으며 침울하게 지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쩐지 선생님에게는 자꾸만 관심이 가고, 집으로 찾아가 시간을 보내며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간다.

선생님의 성격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에는 호기롭고, 유쾌하며, 장난스럽고 또 느긋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불행한 과거와 실수였을지 모를 결정이 지금의 선생님이 있게 만들었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으나, 순식간에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이유를 누구도 분명히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뿐이다.


'나'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는 병이 발작해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그 와중에도 아들의 취직을 걱정하며 기대한다. '나'는 위독한 아버지를 내버려 두고 떠날 수 없어 고향에 머물고 그 사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두툼한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선생님이 지금의 성격에 이르게 된 사연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충격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혹은 명시하는 문장도 함께 적혀 있다.

'나'는 도쿄행 열차에 몸을 싣고, 선생님의 편지를 다시 읽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선생님이 불신을 앓게 된 이유는 믿었던 큰 아버지의 배신이 결정적이었다. 조카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수년 간 집요하게 속여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직선적이었던 선생님은 혈기에 가족의 연을 끊고 상경해 버린다. 그리고 지금의 사모님 집에서 하숙을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생님은 지금의 사모님에게 마음이 조금씩 쏠리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그즈음 선생님은 친한 친구를 자신이 하숙하는 집으로 데리고 오고, 이후의 삶을 결정지은 업보를 짊어지게 되는 사건까지 이르게 된다.


큰 아버지에게 속았다는 사실, 자신이 저지른 행위.

그 속에서 선생님은 처음부터 악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막상 다급 해지면 순식간에 악인으로 변'한다는 것을 자신의 행위에서까지 실감했던 것이다. 이후의 삶은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무기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기력이 한계에 달했던 시기에 '나'와 만났던 거다.


요즘 같으면 '그런 일이야 늘, 언제나 있는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는 걸'하며 이기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선생님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누구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스스로에 대한 환멸이 더 컸던 것이고, 충격 역시 작지 않았던 거다.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의 충격이 선생님의 삶을 강타했던 것이다.


선생님의 삶이 쓸쓸한 이유는 세상과 타인을 믿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경멸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진실하지 못했기에 진실한 사람을 만나고자 했던, 발견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자신의 짐을 누구에게도 나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혼자 죽어가던 사람이었다.

그런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살아왔던 것일까.

선생님의 가슴을 두드려보면 분명 슬픈 소리가 났을 것이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히 그의 가슴을 두드려 보자. 그리고 그 소리를 들어보자.

그 가슴에서 쓸쓸한 소리가 난다면 한 번 꼭 안아주고, 슬픈 소리가 난다면 한 번 더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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