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나죠?

나를 찾아줘_길리언 플린

by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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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하지 않게 됐지만 오래전에는 제법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왜 하필 나야?"


이 짧은 문장에는 아주 많은,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죠.

'의문', '불안', '실망', '좌절', '슬픔', 등등, 그리고 '불같은 분노'.


이해할 수 없다. 고 느꼈습니다. 눈 앞에 신이 있다면 따지고 싶은 심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정말, 그때는 그랬어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주 많은 것이 그때 나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랬던 거죠. 나일 수밖에 없도록. 범인은 나였던 거고, 결과는 자연스러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던 겁니다.

영화화되고 난 후였는지 전이었는지 서점에 가면 자꾸 눈에 띄는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입니다. (뭐, 눈에 띄는 책이 이 책 한 권은 아니지만요. 후훗)

읽기 시작한 지 한참 됐는데, 얘기로 듣던 것과는 달리 너무~ 지루해서 읽어도 읽어도 진도가 안 나가는 거예요. 허허, 마음을 비우고 나눠 읽기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결국 읽어낸 거죠. (인간승리)


이야기는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인 에이미가 사라지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밝혀지는 정황들이 말하는 건 남편인 닉이 에이미를 살해했다는 것이었어요. 에이미가 살아있는지, 혹은 죽었는지. 죽었다면 그 범인은 누구인지. 살아있다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결말도 넘어가서 이 책에서 느낀 걸 적기로 하죠. 혹시 궁금해하며 기대 기대 중인 분도 있으실 테니까요.


닉은 에이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몹시 못난 남자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영향과 어머니의 영향, 두 사람의 영향이 가장 컸죠. 하지만 에이미를 만나면서 닉은 변합니다. 에이미에게 최고의 남자가 되어준 거죠. 그런 것을 바탕으로 생각한 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든 닉은 에이미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세상에 종말이 찾아왔다고 하죠. 살아남은 건 단 두 사람뿐입니다.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꾸만 당신을 짜증 나게 합니다. 죽이고 싶어 지는 순간도 생길 만큼요.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을 죽일 수도 떠나보낼 수도 없음을 알 겁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오직 당신 두 사람뿐이고, 그 사람이 죽거나 떠나간다면 당신은 더 이상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할 테니까요.


이 이야기는 한 여자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자아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닉이나 에이미 모두 자기만의 자아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에이미 역시 부모님이 만들어 낸 '어메이징 에이미'의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의 자아를 구축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거든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아주 많은 것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체성, 자아에 관한 것일 거예요. 이 사람은 나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이 더 좋아질 수 있겠죠. 거의 모든 사람이 향상되기를, 의미 있어지기를 바라니까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런 의미, 존재, 자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일 거라는 얘기입니다.


만약, 나를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붙잡고 싶은 게 당연할 거예요. 그 사람이 너무나 완벽해서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고 해도 수줍게나마 애쓰고 노력할 테죠.


이것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치게 종속되게 되면 그 관계는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자아를 침범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관계였다고 해도 불쾌해지고, 불편해질 수밖에 없겠죠. 관계의 거리를 현명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겁니다. 더는 노력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이번에도 현명하게 거리를 넓혀가는 게 좋을 겁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집착을 그치지 않는다면 결국 둘 모두 불행해질 테니까요.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은 것 치고는 조금은 허무한 깨달음이었지만 분명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혹시 『나를 찾아줘』를 읽을 생각이신 분들 중에 "꼭 읽고 말겠다"가 아니라면 영화로 보세요. 영화도 재밌다고 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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