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지길 바랄 게 아니라 세상을 달리 봐야 한다

대니얼 고틀립 『샘에게 보내는 편지』

by 가가책방

'남다른 시선, 생각, 마음가짐'

획일화된 지금의 세상에서 미덕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다르다는 건 정말 좋은 걸까?"하고요.


흔히 남다르다고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뛰어나다는 말로 받아들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남다르다'를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다르다'고 했을 뿐, '긍정적'인 뉘앙스는 없지요. 남다름이 괴로움이자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세상이 '다른 것'을 배척해온 역사를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비슷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튀는 사람들에게는 눈총을 보내라고 배운 적도 있지요. 지금에 와서는 '다양성의 사회'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통'과 '평균'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남다른 사람이 남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앞의 '남다른 사람'은 뒤의 '남다른 사람'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는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갖게 됩니다. 막 힘든 시기를 벗어나 인생이 잘 풀리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거죠. 할아버지의 손자는 자폐증이 있습니다. 신체적인 장애는 없지만, 세상의 오해 섞인 시선과 편견을 피할 수는 없지요.

할아버지는 정신의학 전문의로서의 경험과 사고 후의 삶의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아 편지를 보내듯 손자에게 책으로 남깁니다. 그 책이 바로 『샘에게 보내는 편지』죠.


할아버지는 다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이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좌절에 빠져 포기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자인 샘의 장점과 사랑받을 권리,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세상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바로 잡아주려고 이야기를 건네죠.


사실 저는 세상만사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마음 때문에 더 힘든 날도 많으니까요. 포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만큼은 헤아릴 수 있는 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과 이겨내야 하는 시련이 때로는 너무 가혹할 만큼 크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도 이런 걸 모르는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손자가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 괴롭고 힘들었을 과거의 기억들을 들추어, 전하고 싶은 말을 찾았던 거겠죠.


할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샘, 바로 내 마음이 모든 걸 달라지게 한 것이다.
네가 남과 다르고, 나도 남과 다르다는 건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사실은 고통일 수도 있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일 수도 있다. 명심해야 한다. 너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생각'할수록 네가 더욱 외로워질 뿐이라는 걸.
『샘에게 보내는 편지』中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요. 다른 게 사실인데, 다른 것은 아니라는 말은 모순됩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겠죠.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른 건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해야 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다른 것뿐이니까.'

솔직히는 이런 말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간단히, 쉽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을 '오직 나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괴로움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요. 할아버지 자신은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발견했으니 그 경험을 '사실'로 전할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할아버지는 '사실'은 사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아닐 겁니다. 그 사실을 '부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죠. 남과 다른 것은 사실이고 그 사실 때문에 슬픈 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부정하고 괴롭히지는 말아야 한다고요.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기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요.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무엇을 하고자 강하게 마음먹으면 우주가 그 마음에 응답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의 가르침을 전하는 게 아닙니다. 강한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극복이 아닌 받아들임을 말합니다. 부정이 아닌 인정을 이야기합니다.

마법적인 자기계발서에서는 현재의 상태를 부정하고, 원하는 상태를 지향하라고 말합니다. 장애 역시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극복해야만 하는 것으로 그립니다.

"너는 원래 이렇게 살아갈 사람이 아니야."하는 식으로요.


할아버지는 자신이 신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깨달음을 이야기합니다.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약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제게 문제가 생겼어요. 하지만 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훨씬 안전한 길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中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상처받기 쉽고, 여리며, 약하게 될 수 있습니다. 흔히 '보통'의 사람들도 너무 간단히 상처받으니까요.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들은 세상을 위협적인 것,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늘 위험에 처했을 테니까요.

할아버지는 전신마비의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곤란, 어려움, 노력을 표현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메시지가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처음보다 덜 위축되고,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운전 중에 앞 차가 비상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기 시작하면 뒷 차의 운전자는 앞차에 뭔가 문제가 있나 보다 하며 주의해서 운전하게 됩니다. 다짜고짜 '저 치는 운전도 못하면서 왜 도로로 나와?'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앞에서 할아버지가 받아들임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표현하라고 말합니다. 표현하고 드러내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마지막 즈음에 할아버지는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과 또 다른 문제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죠.

사람들은 고통이 빨리 사라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한다. 고통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자신이 강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또 자기가 애초에 너무 나약했기 때문이라고,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상처는 그렇게 치유되는 게 아니다. 상처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 상처는 그 자체의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아무는 것이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中

할아버지는 손자 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내내, '극복하라'거나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상처가 낫거나 낫지 않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이나 잘못이 아니라 아직 낫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러니 치유되기까지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충분하고 넉넉하게 허락하라고요.


세상에 태어나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성별, 집안의 환경, 유전자, 지능, 신체조건, 국적.

무엇하나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후의 삶까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할아버지의 전신마비도, 손자 샘의 자폐증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죠. 하지만 전신마비 이후의 삶은 스스로의 마음에 따라, 선택에 따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겠죠.


세상이 달라지기만을 바랄 때, 주체는 '나'가 아닌 '세상'이기에 다만 기다릴 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달리 보는 건 주체가 '나'이기에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갑자기 지옥이 천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차이('이'와 '을'이라는 차이)가 아주 많은 것을 크게 변화시킬 거라는 것만은 확실이 알고 있습니다.

식상하고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 말이겠지만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고, 그래서 소중합니다.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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