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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16. 2016

소세키 읽기 참고서

강상중『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읽고


 강상중 교수를 처음 알게 된 책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출간된 『고민하는 힘』이었다. 재일 교포인 강상중 교수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막스 베버의 사상을 통해 현대의 세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고민, 좌절, 슬픔, 고통, 외로움. 100년도 전에 쓴 이야기 속 인물들과 사상이 현대에도 유효하다는 것, 최초의 발견은 아니지만 아마도 가장 강렬하게 그 사실을 인식시켰던 작가가 바로 강상중 교수였다.

 이후에 강상중 교수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통해 강상중 교수의 아들이 자살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세키의 작품 속의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도 외로움으로 선택한 죽음의 길이었다. 강상중 교수는 몹시 좌절하고 절망했을 거다. 하지만 그때도 소세키의 작품을 읽으며 깨달은 것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아들과 더 가까워지지 못했던, 아버지로서의 미안함을 가슴에 묻고 다시 소세키의 작품을 이야기하던 강상중 교수의 모습. 딱 한 번 다녀온 강연에서 본 그 모습은 담담해서 더 처절해 보였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세 번째로 읽는 강상중 교수의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주제는 어김없이 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작품이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첫 번째 장편 소설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시작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세키의 작품인 『마음』으로 끝이 난다. 

 

 나쓰메 소세키를 읽어보려는 사람들, 호기심은 있지만 어쩐지 고전이라 읽기 힘들지 않을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 책은 소세키의 작품 세계를 친절하고도 쉽게 깊은 곳까지 열어 보여준다. 지인 중에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언제 읽는 게 좋냐고 물어본 이가 있었는데, 한 작품쯤 읽은 후나, 이제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읽어보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소세키는 영국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뛰어난 재원이었지만, 영국 생활 중에 마음의 병을 앓을 정도로 섬세했고, 나라의 잘못된 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글을 쓸 만큼의 소신을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세키였기에 필연적으로 외로움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고, 그런 소세키의 마음이 작품에 담기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강상중 교수는 소세키의 대표작들의 작품 세계와 인물,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를 자신이 삶을 통해 깨달은 사실에 비추어 해석해서 들려준다. 강상중 교수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세키 연구자가 아닌 독자라는 입장은 소세키를 읽고 있거나 읽으려는 우리와 동일하기에 참고 삼아 알아두기에 거리감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라면 작품이나 작품의 의미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쓰메 소세키라는 '한 인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왜 하필 이렇게 해야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는데, 강상중 교수는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던 이유를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풀어주고 있다.


 일본 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나쓰메 소세키라는 위대한 작가도 실제로는 외롭고 유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현대인들이 그러하듯 약하고 깨지기 쉬운 내면을 간신히 붙들어 가며 하루를, 일 년을 살아냈다는 거다. 

 인간이 연약하기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만 같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논문도 아니고, 전문가의 저작도 아니다. 한 독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풀어주는 이야기인 만큼 어렵지 않게 읽힌다. 부작용이 하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부쩍 소세키의 작품이 궁금해질지 모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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