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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20. 2016

문학은 세계와 사회의 반사경이다.

『2011 제 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1년 10월 경이었을 겁니다. 

<2011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사서 <물속 골리앗>을 괴로워하며 읽고 나서, <여름>을 읽다가 기어코 덮었던 참사가 벌어졌던 '그날'이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5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야 읽기를 마칠 수 있었던 <2011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체를 평하자면, "불길하고 압도적인 파멸과 종말 앞에서 불안하기만 한 작은 희망 혹은 절망으로 가득하다."정도가 되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절망적이냐 하면, 기이하게도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 중 절반 이상이 '종말 서사(개인이든 세계든)'를 다루고 있는 데다, 다른 작품들도 온통 장애와 이해 불가능의 근원적 공포를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속 골리앗>을 읽으면서는 "도대체 이 세계는 몇 번이나 물에 휩쓸리는 거야?"하고 생각했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를 읽으면서는 "이 작품은 그냥 내면의 파괴적인 감정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잖아?"하고 생각했고, <허공의 아이들>을 읽으면서는 "모든 사람이 다 사라진 후에 단 둘이 남은 소녀와 소년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다니, 현실적이지 않잖아?"하고 생각했으며, <너의 변신>을 읽으면서는 "이래서는 변신이 아닌 게 되는 거 아냐?"하고 생각했습니다. 

 

 5년 전, 어째서 결국 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날들의 저는 어떤 희망 혹은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었던 겁니다. 

"희망은 있다."

"포기하기는 이르다."하고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2010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작가들이 이토록 절망적인 세계를 그려야 했는지, 희망은 그야말로 실낱 같기만 해야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대표적인 사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 사건이 벌어진 해가 2010년이었습니다.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고작 몇 년 지나지도 않은 일을 아주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말입니다. 

 두 사건 외에도 정치계와 경제계에서 두루두루 논란과 의혹이 불거진 해였음을 확인하면서 간단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의 우리 사회는 작가들의 시선에 '종말'을 맞는 세계처럼 비쳤던 거구나 하고 말입니다.


 감히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도 될지 머뭇거리게 되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9. 11 이후 미국 전체가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처럼 대한민국도 크게 앓았던 겁니다. 


 아, 세월호보다 더 큰 게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설마설마하던, 그렇게까지야 하던, 그럴 수가 있을까 하던, 모든 일이,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악몽처럼, 매일매일 현실이 되고 있는 오늘을 맞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에 어떤 상실감을 안길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종말, 파멸 이런 말로는 이미 수식이 불가능한 현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막장인 현실.

상상하는 것, 쓰는 것, 그려내는 것의 의미를 퇴색시킨 압도적인 현실.

오늘의 현실을 문학은 어떻게 비춰 보이게 될지 떠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지금입니다.


 문학은 세계와 사회를 단순히 반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게 됩니다. 

문학이 때로는 치유가 되고, 분노가 되고, 웃음이 되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공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겁니다.

 2011년 젊은작가상 속 작품들은 사실 제게는 치유도, 웃음도, 희망도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내년이면 많은 작품들이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고 세상에 나올 겁니다. 

 적나라하게, 우회적으로, 은근슬쩍, 강경하게, 희극적으로 어떻게든 그려낼 겁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이야기들을 당장에 펼쳐 볼 엄두를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다만, '진실', '사실'을 감추고 가리려는 어둠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기를, 걷히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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