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무엇이 마니아를 만드는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올해로 18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2011년에야 알라딘을 이용하기 시작한 내게는 참 까마득하고도 아득한 세월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알라딘은 나의 구매 기록을 확인시켜 주었다.
새삼스럽게도 올해 기록에서는 읽히는 바가 적지 않았다.
나 개인의 변화는 물론 도서 시장의 흐름도 보였다고 믿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 기록을 보며 이야기 하기로 하겠다.
교보와 예스 알라딘을 모두 최고 등급으로 이용해 본 결과 그나마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도서 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거의 알라딘만을 이용하고 있다.
문제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알라딘을 이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배려받는 느낌'이다.
구매 기록을 보여주는 것도, 이미 구매한 도서를 다시 구매하려고 할 때 알림을 띄워주는 것도, 내가 얼마쯤 사고 있고, 어느 정도 읽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알라딘뿐이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책을 사는 사람들,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구매한 도서 정보는 무척 유용하다.
앞서 보여준 총 구매액으로 책정된 상위 0.27%라는 수치와 월평균 구매액으로 책정된 상위 0.06%라는 수치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두 수치 간의 격차가 의미하는 바가 내가 예전보다 책을 더 '많이' 산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거의 일정한 액수를 도서 구매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오히려 해가 갈수록 도서 구매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서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데 비율이 올라갔다면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정가제 이후 구간에 대한 할인이 축소되고, 정부와 업계에서 장담한 재정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할인에 몰렸던 소비 거품이 꺼진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한다.
솔직히 얘기하지만 정가제나, 할인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합당한 가격에 필요하고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싶은 것뿐이다. 정가제 개정 시행 전에는 50%할인이 가능했던 책들이 개정 이후에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일도 많았다. 어쩔 수 없어서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이다.
나는 주로 소설, 고전을 읽는데 종종 듣곤하는 "당신이 읽는 책이 일반적이진 않습니다."라는 얘기의 힌트를 이 구매 기록에서 알게 됐다.
내가 속한 30대 회원 그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본격 장르 만화, 라이트 노벨, 재테크/투자'였다. 내가 전혀 읽지 않는 책들이다. 기막힐 정도로 취향에 반대되는 결과를 보며 조금 납득할 수 있었다.
아, 일반적으로는 저런 걸 읽는구나. 하고.
이건 좀 웃기는 일인데 구로구에서 32번째로 많은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나라고 한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고작 한달에 25권을 사는 내가 132번째도 아니고, 32번째라는 걸 어떻게 간단히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 놀라운 수치는 월평균 1222권을 더 사야 1위가 된다는 거다. 한 마디로 1위인 사람은 월평균 1247권을 구매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서관에서도 월평균 1247권을 사는 곳이 없을텐데,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안 읽는 사람은 아예 읽지 않는 독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기만큼 극렬하게 드러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다만 놀라움을 느낄뿐이다.
전자책은 단 1권을 샀다고 한다.
아, 나무에게 무척 미안해지는 부분이다.
중고책은 어마어마하게 구입했다. 구매액에 비하면 권수가 많은 편인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중고 도서 가격이 새책에 비교해 50%가 넘으면 새책을 사기 때문이다. 50% 이하일 때만 사기에 구매액보다 아낀 금액이 커질 수 있었다. 최근에는 아예 절판본일 경우에만 중고 도서로 사려고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온라인 서점들이 지나치게 중고서적 사업에 집중하면서 자꾸만 큰 이익을 내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매입가는 박하게 계산해주면서 판매가는 비싸게 하는 건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봐주기 어려운 일이다.
굿즈와 구매한 금액이 200만원이 넘는 이유는 굿즈를 받기 위해 굳이 5만원을 채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가제로 할인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서점들은 굿즈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은근히 가성비 좋은 굿즈들이 많았기에 하나하나 구매하다보니 이제는 습관이 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요즘에는 이것도 조금씩 자제하려고 한다. 아, 물욕을 버리기란 얼마나 힘이 드는지.
흐뭇하면서 아쉬운 점은 마지막 숫자 13350권이다.
80세까지 부지런히 읽어도 20000권을 읽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좀 더 일찍 읽기 시작했다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다만 읽어갈뿐이다.
알라딘은 마케팅의 하나의 방법으로써 구매 기록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알라딘의 전략이 상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알라딘이 제공하는 구매 기록이 보는 재미가 있으며,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정보로써도 충분히 활용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인가 하는 건 앞서 적은 글들을 통해 이야기했다.
정보도 정보지만 이런 기록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도 즐겁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얻는 건 덤이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알라딘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 서점들도 여러 이유에서 마다하는 걸 알라딘은 하고 있다. 그것도 꾸준히.
마니아를 만드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부분을 꾸준히 할 때, 거기에 매력을 느끼고 떠날 수 없게 되는 게 아닐까.
앞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중고 서점 비중을 자꾸만 키우는 게 때로 아쉬움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고객을 생각하는 일을 많이 하는 서점, 고객의 즐거움을 위해 수고하는 서점이 되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