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2년, 구독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1026분, 한 분 한 분께 감사를.

by 가가책방

2015년 9월,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블로그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작가 신청을 보냈습니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한 번에 통과했고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습니다.


거창한 포부도 품었더랬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내 생각을 10년 넘게 끄적여온 경험이 있으니 브런치에서 유명해져 보자는 거였죠.

이런 생각이 이율배반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읽을 사람들이 만족할 글을 쓸 생각은 조금도 없이 끄적이고 싶은 걸, 쓰고 싶은 대로 적어나갈 생각이었으니까요.

특이한 풍경을 담은 것도 아니고, 따뜻하거나 친절하지도 못했고, 읽고 보기 쉬운 것도 아닌데 무얼 믿고 그런 바람을 품었는지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만인 8월,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1000분을 넘어섰습니다. 에디터 픽이나 인기글로 메인에 올라가는 일이 없어진 후로는 퍽 상심했었습니다. 자기만족에서 쓰고 적으면서 즐겨 읽어주는 사람이 없구나 하며 실망해서는 브런치를 그만둘까 하고 생각한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힘을 주신 것도 구독해주시는 분이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 믿기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고마움을 전하는 글에 표지 사진이 왜 물속의 상어인가 하고 궁금해하신 분은 안 계시겠지만(그런 거야 아무 의미 없을 수 있으니까요), 언제나 그랬듯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마움을 전해야겠다고,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었더니 문득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84일째였죠, 아마.(<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얻은 교훈으로 틀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정정도 반깁니다.)

노인은 83일 동안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했음에도 어김없이 낚시에 나섭니다. 그 어느 때보다 먼 바다까지 나가서는 기어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물고기를 잡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상어 떼의 습격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건져 돌아오죠.

고마움과 노인과 바다, 상어 떼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나 얘기하면 될 텐데 또 말이 길어졌네요.


돌아오는 길, 거듭되는 시련에 노인은 이렇게 외칩니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고요.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노인이 패배하고 싶지 않았던 건, 물고기나 상어가 아니라 자기 자신, 평생 해온 낚시라는 '생활'과의 투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노인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온 낚시, 고기잡이에 삶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낚시를 나가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삶도 의미를 잃을 뿐 아니라 영원한 패배자로 회복 불가능한 상실감에 삼켜질 거란 걸 알기에 끝까지 투쟁했던 거죠.


노인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제게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는 건 나름의 투쟁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작심삼일을 거듭하던 제가 거의 유일하게 몇 년이나 계속하고 있는 일이 읽기와 쓰기라는 것도 이유의 하나입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나름의 선언이자 다짐이라는 거죠.

노인과는 달리 이미 몇 번이나 패배를 경험하고 좌절을 거듭했던 패배자의 처지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에 의미를 두고 다시, 또다시, 한 번 더 다시를 거듭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생각도 자라고 넓어지며 깊어지고, 글 솜씨도 좀 더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쉽고 간단히 생각했었구나 하는 실감만 제 몫으로 돌아왔고, 지지부진을 뒤따라온 좌절감이 덤으로 붙었을 뿐이었습니다. 한 번 더 패배하겠구나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그렇게 되려고 했는지 일도 많아지고, 바빠져서 그 핑계로 읽는 일에도, 쓰는 일에도 게을러졌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부끄러움을 타인의 몫으로, 탓으로 넘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뻔뻔함도 없었으니 모든 부끄러움은 제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

제가 금언처럼 새기고 지키려고 애쓰는 목표의 하나입니다.


제가 하는 일, 적은 글, 풀어놓은 생각이 폐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짧은 생각, 깊지 못한 배려, 넓지 않은 지식이 많은 오류를 낳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청합니다. 혼자, 스스로 더 나아지고, 완벽해질 수 있는 사람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신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인간'에게는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구합니다.

스스로 부족함을 아는 만큼 조언과 지적, 비판과 논쟁을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어떤 생각이라고 해도 남겨주시면 제게는 더하기가 될 테니(욕을 위한 욕이 아니라면요, 어쩌면 그것도 약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서로 마음 상할 테니 지양하는 게 옳겠습니다), 잠시의 수고와 번거로움을 이기고 도움을 주시길.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처럼 생각이 중구난방 정리가 되지 않는 바람에 글이 뒤죽박죽 정신이 없습니다. 문맥도 없고, 내용도 반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고요. 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실행하지 않는 몹쓸 게으름 탓이기도 하기에 분명 쓴소리의 효과가 있으리라 봅니다.


저는 지금처럼, 쓸 수 있는 걸 쓸 수 있는 만큼 써나 가기 위해 애쓸 겁니다. 기발하다거나, 따뜻하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아름답지는 못하더라도 거듭, 계속, 꾸준히 해나갈 겁니다.

고작 이 정도가 구독해주시는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사이자 고마움의 표현이로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 한 주도 힘내셨군요.

편안하시길, 고운 하루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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