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_제인 오스틴

몇줄리뷰

by 가가책방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처음 읽던 날부터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또 다시 사로잡히게 되는 통찰이 담긴 말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루하고, 잘 읽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음, 남여상열지사를 다룬 통속 소설로써, 재미만을 위해 읽는다면 더디고 답답한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과 역사, 여성의 지위와 처지, 신분과 부의 격차를 이만큼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보여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지리라. <오만과 편견>을 편견 없이 대하기 힘든 나이므로 앞으로도 종종 추천할 생각이다. 어떻게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거야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은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의 재발견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오만함과 결함, 편견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줄곧 생각해 왔던 나였으나 '과연 그것뿐인가?'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 거다.
이 생각이란 게 별 건 아니다. 원제가 <첫인상>이었다는 점도 조금 기여한 바, 단순히 등장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효과 외에 독자들에게 '충고' 혹은 '환기'를 위한 제목이 아닌가 싶었던 거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독자 중에는 연애 소설로 읽고, 단순히 재미 있고 없음으로 나누거나, 진부하다거나 참신하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이야기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달리 깊은 의미를 부여해 사람의 인생과 존재 의미를 탐구하는 걸작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런 독자들의 판단, 생각이 '오만과 편견'에 뿌리를 둔 판단일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단 한 번 읽고 섣불리 판단해 태도를 정하고는 절대 변하지 않겠다며 꼿꼿이 굴지 않는 게 현명할 거라는 메시지, 다르게 말하면 두 번 혹은 세 번은 읽어보라는 작가의 숨은 목소리가 아닐까.
물론 이건 망상일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걸 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을 읽어본 결과, 그 미묘한 변화와 인지의 차이가 때로는 결정적인 태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됐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오만한 남자와 그 남자에 편견을 가졌던 여자가 있는데,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므로 오만한 태도에 변화를 주고, 여자는 남자를 대하던 편견이 깨지면서 마음도 달라진다는 연애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니 말이다.

그럼에도 굳이 추천하는 건, 뭐 내가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신만만하게 잘 안다고 믿는 자신을 실제로는 얼마나 알지 못하는지, 거기에 타인을 완전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섣부르고 경솔한 건지 한 번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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