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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5. 2017

금오신화_김시습

몇줄리뷰

고교시절 문학 교과서에서 일부를 읽어본 낯익은 제목들의 다섯 이야기를 묶은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이제야 온전히 읽었다.


 우리의 한문 문학이 타국, 외국의 문학보다 멀게 느껴지는 건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음에 더해 시험 과목으로써 외우고 풀어야할 문제로써 마주해야했던 경험이 두루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래서 이제나마 조금씩 한문 문학을 읽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금오신화>가 그 시작이 되는 셈.


<금오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적인 존재들, 그리스나 로마 신화처럼 인세를 초월한 존재가 등장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작가인 김시습은 대단한 신동으로 태어난 지 8개월에 글자를 익혔고 세 살 무렵에는 글을 지었다고 한다.


 솔직히 이것부터 신화같다. 옹알이를 할 시기에 이미 글자를 깨우치다니,,

김시습은 조선 초기 사람이다. 당대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웠음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불교를 중시했던 고려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조선이 숭상하는 유교의 가치를 중시하려는 경향도 드러난다.  다만 그 정도가 극단적이지 않아 불교와 도교, 유교가 융합된 독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흔히 생각하는 순종적인 조선 여인의 이미지와 달리 김시습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자기 주장과 사랑을 성취하려는 의지가 또렷하고 강하게 드러나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문학은 필연적으로 당대 사회를 반영하게 되는데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영향으로 은둔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신선의 세계나 용궁, 저승 등이 주 무대라는 건 참고.


 아무래도 옛스러운 표현이 많고, 조금 난해한 단어들도 등장하지만 은근히 읽는 맛이 있다.
 시를 읊고 노래를 짓는데,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네 편을 짓는다거나 사랑을 고백할 때 섞어 적는 멋드러진 표현도 좋다.


 비판하면서도 부정하지 못하는 모순된 면모를 발견하는 건 또 다른 재미.
너무 어렵게 여기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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