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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8. 2017

버마 시절_조지 오웰

몇줄리뷰

한 시절을 돌아본다는 건 어떤 걸까.
'달콤씁쓸한 추억'같은 흔해 빠진 상투어로 얼버무릴 수 없는 사연.


조지 오웰의 초기작이자 자전적 소설이라는 <버마 시절>. 독서모임에 쫓겨 서둘러 읽었다 찬찬히 한 번 더 읽었다.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로 생활했던 시절을 평생 속죄하는 기분으로 살았다는 조지 오웰의 정서가 진하게 담겨 있었다.


 이야기는 식민지 버마에서 살던 영국인들의 시선에서 원주민들과의 갈등, 백인 우월주의, 식민지민들의 무력과 무기력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식민지 경영에 일말의 죄책감과 동양 사회를 향한 얼마간의 동경을 갖고 있는 우울한 성향의 백인 플로리가 주인공이다. 플로리는 새로 식민지를 찾은 엘리자베스라는 여성과의 결혼을 꿈꾸지만 지금까지의 방탕한 삶의 증거인 원주민 정부와 새로 부임한 헌병 장교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자신감도 백인으로서의 자부심도 없던 플로리는 자꾸만 움츠러 든다.


 문제는 또 있었다. 플로리의 원주민 친구인 의사를 모함하고, 함정을 꾸미는 원주민 권력자와의 다툼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플로리지만 그가 겪는 위기의 배경은 모두 원주민 권력자의 음모였고, 그걸 알지 못하는 플로리는 말 그대로 침몰해 간다.


 사랑이라고는 1도 없는 소설이었다.
욕망과 현실로 가득한 설렘 없는 이야기. 하지만 욕망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뜨거웠고, 마지막의 갑작스러운 전개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야기의 완성도나 메시지 전달력은 <동물농장>이나 <1984>보다 약하게 느꼈지만 좀 더 날 것의 조지 오웰을 만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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