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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8. 2017

눌변_김찬호

몇줄리뷰

정돈된 문장.
일상 속 단상과 우리 사회의 사건과 문제들.
명료한 메시지.
오랜시간 글을 쓰고 칼럼을 연재한 내공이 엿보이는 책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책이구나 싶건만 이상한 건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왜 그런걸까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거였다. 좋은 글의 요건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명료히 드러날 것'이 따라다니는데 뭐가 문제인가? 할 수도 있다.


 취향의 차이라고 해야겠다. 나는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좋아한다. 르뽀 보다는 허구와 상상을 더 즐긴다.
너무나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글은 상상할 수 없게 한다. 현실을 떠올릴 수 있을뿐이다.  나쁘다거나 단점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쪽이냐 하고 묻는다면 이쪽이라고 말하는 것뿐.


 이 책에 실린 칼럼의 효과는 명백하고 즉시 드러난다. 당장 사회 현실을 돌아보게 되고 동시에 현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살피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텐데 내가 몰랐던 부분과 문제들을 짚어주기도 한다. 사고가 나아가지 못했던 부분까지 들여가 본다. 여기서도 확장이 일어나는 거다.  

책을 읽은 것도 편식이라고 하면 편식이라 좋고 싫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억지로 극복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적절히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기왕 읽게 된 것 좋은 생각에 쓰는 게 낫다는 거다.
이 이야기는 물론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기억시키기 위한 기록으로 적고 있는 것이다.
뭐, 다른 누가 보고 관심이 생긴다면 나쁠 게 전혀 없는 일이기도 하고.


 저자는 여러 주제의 칼럼에서 사회를 진단하고 방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해라'식의 강압적인 태도가 아닌 설득력과 논리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대한다. 종종 '이 분, 이 문장 써놓고 제법 흡족했겠군.'싶은 문장들도 나온다. 찾는 재미가 있으리라.


 제목인 <눌변>이란 어눌한 말이 아니라 '더듬 거리며 말함'의 의미다.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말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걸 '더듬거리듯 말한다'라고 하는 데서 착안한 제목.


 나를 보고 '달변'이라고 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결코 그렇지가 않다. 다만 능히 내 생각을 드러낼 수 있을만큼은 되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지금 이 세상에는 생각은 많은데 그 생각이 온통 자기 생각뿐인 세상이다. 나 혼자 잘 살아서, 잘 되어서 되는 거라면 그래도 되겠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듯 결국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 사이'를 이르는 말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조금 더 깊이, 넓게, 멀리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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