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Nov 09. 2017

인체 재활용

몇줄리뷰

인체, 생명이 소실된 인체인 사체. 흔히 시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쓴 책이다.  시체를 처리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매장, 화장이고(한국에서)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은 어쩐지 꺼려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기증된 시신에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공유되고, 기증된 장기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우선 제공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거부감을 키웠기에 현실은 간단히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10년도 더 전에 쓴 저자의 칼럼들을 모은 책인데, 시체를 어디까지 재활용 가능한지, 처리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신을 믿는 사람,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 특히 부활을 신봉하는 사람에게 시신의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한 인간의 인체란 단백질 등의 유기물과 70%의 수분으로 구성된 '고깃덩어리'에 가깝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윤리적인 측면, 사자에 대한 예의, 망자에게 보내는 존중. 그런 게 실재할 수도 있지만 사실 사회적인 의식 혹은 예식이거나 관념적이고 사상적인 관습과 인식에 불과하다는 게 솔직한 판단일 거다.


 인격이나 지식, 개성이나 존경심은 살아있는 인간이 지닌 것이기에 숨이 끊어진 후에는 세상에 남지 않는다. 머리로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죽은 이를 마주해서는 간단히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조부모, 부모, 친구, 형제자매. 이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담담해지기란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의 의의는 '시체'에 부여된 이미지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거다. 인간에게 가장 가치있는 시체가 되려면 고귀하게 처리되어 땅 속에 묻히거나 한 줌 가루가 되는 것보다 후세와 후대에 이롭게 쓰일 수 있는 상태로 재활용 되는 게 낫다는 거다. 거부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죽은 자는 자신의 사체가 어떤 일을 겪는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도 없고 신경 쓰지도 않을 테니 연연할 게 아니라는 것.


 사실 중요한 건 사체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 마음과 기분이다.  이런 책을 읽기도 했지만 아직은 시신을 기증하는 데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는다. 효율적인 말소, 처리에는 관심이 갔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른 논의인 듯 하고(시체의 퇴비화, 다양한 처리법 등이 언급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눌변_김찬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