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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10. 2017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몇줄리뷰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한다고? SF소설인가?”
제목을 본 첫 느낌이었다.


 첫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도 이야기는 프랑스에 사는 파도타기에 미친듯 빠져있는 스무살 청년의 새벽 5시 50에서 시작됐다.
5시 50분은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일 년의 이맘 때쯤 오는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로 갈 시간이었던 거다. 그 못지 않게 파도에 미쳐있는 절친한 친구 둘과 함께였다.


28페이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위한 조건이 갖춰진다. 고작 28페이지 동안 무슨 일이?
왠지 그건 말하면 안 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남겨둔다.


파도 타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작가는 시몽 랭브르의 힘차게 뛰는 심장을 이야기한다. 심장 얘기로 시작된다고 해야 옳다.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데 두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리고는 파도 타기 이야기.


표지의 의미를 알게 된 셈이다. ‘물결 치는파도와 고동 치는 심장의 박동’
 이 소설은 흔히 읽어온 소설들과는 다른 서술 방식을 보였다. ‘줌 인’이라고 할까,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기억을 가까운 지점에서 들여다 보는 방식을 취한 거다. “왜 이 사람의 인생에까지 이렇게 깊숙하게 들어오는 거지?” 솔직히 의아하기도 했다. 이 의아함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추측컨대 그런 서술 방식이 있는 모양이다. 그 서술 방식이 불러 일으키는 인상, 뉘앙스, 느낌이 필요한 이야기였을 거라는 것.


 파도타기에 좋은, 기막힌 파도를 기다리듯 누군가는 생명을 기다린다.
탄생의 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면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탄생이라고 말해야겠다.
 아무리 좋은 파도도 잔잔해지듯이 아무리 힘차고 건강하게 뛰던 심장도 언젠가는 멎는다. 그런데 만약, 멎었어야 했을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면?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프랑스는 좀 위험한 나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겐 특히 말이다.


아, 이 이야기는 다음 날 새벽 5시 49분에 끝이 난다.
정확히 24시간.
 모든 게 달라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그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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