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이 가면 아침은 온다
‘아침이 온다’ 너무 당연한 문장이다.
밤이 지나고 시간이 가면 아침은 당연히 오는 거니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비유적으로 ‘어둡고 컴컴한 밤 같은 시간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밤은 정말 더뎌서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고 아침을 바라는 게 덧 없을 때가 있다는 거다.
말은 둘로 나누어 했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몇 편인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은 있지만 이번 소설만큼의 울림을 느낀 건 처음이다.
난임 혹은 불임이라는 터부와 입양이라는 또 다른 터부.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 아픔을 정말 나지막하게 속삭여 주듯한 작품이었다.
인간은 정말 큰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걸 보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
<아침이 온다>는 너무 커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비현실적으로 느꼈던 이야기를 현실의 단상으로 옮겨 놓는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르고는 하는 어이 없는 실수와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의아함을 불러 일으키는 어리숙함 뒤에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과 절망이 버티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는 다들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며 안심하며, 내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외면하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모든 아침이 맑고, 햇빛 찬란하게 빛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 아침은 온다.
중요한 건 ‘온다’는 거다.
누구도 아침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의미다.
사람이, 희망이 소중한 것도 그래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