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르기 참 힘들다 싶을 때
어떤 영화가 흥행하고, 어떤 영화가 실패할까요?
영화와 흥행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결론부터 얘기 드리면 영화 흥행 여부는 광고 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합니다.
///김범준의 인간관계의 물리학 (7)전염병의 전파와 영화의 유행/한겨레 2018.05.31//
주변에는 재미 없다는 사람이 더 많은데 누적 관객 수는 계속 올라가서 이상하다 싶었던 때가 많았는데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우연히 보게된 영화 예고편이 흥미로워서 영화를 보러 갔더니, 예고편이 다더라 하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재미 없다는 친구, 지인들의 얘기보다 흥미로워 보이는 광고 화면과 예고편, 나만 빼고 다 본듯한 누적 관객수가 눈에 들어오면 실망할 걸 예상하면서도 보러 가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요.
영화만 그런 건 아닙니다. 책 역시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유명 작가의 책, 언론사 베스트셀러, 아마존 등 서점 베스트셀러, 문학상 수상작, 유명 인사 누구의 추천, 드라마에서 읽은 책, 무슨 영화 드라마 원작. 책 제목보다 더 눈에 띄게 쓴 수식어들이 광고 타이틀이 됩니다. 여기에 오프라인 서점 매대 진열, 베스트셀러 코너 진열 역시 정보 전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광고의 연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온라인으로 넘어가면 더 치열해집니다. 대형 온라인 서점 앱이나 웹 페이지 곳곳에 배치된 크고 작은 배너들이 모두 광고판입니다. 신문 문화면에 실리는 언론 서평과 추천, 서평단의 기대평과 서평도 광고로 기능합니다.
최근에는 북튜버들의 책 소개 방송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죠.
결국 핵심은 노출과 호기심 유발, 동기 부여입니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판매가 이어집니다. 진짜 구매해서 읽고 쓴 솔직한 서평과 의뢰 혹은 이벤트로 쓴 서평은 대부분 구분이 됩니다. 별점은 높지만 평은 부정적이거나, 평은 칭찬 일색이지만 별점은 낮게 매긴 글도 자주 눈에 띄죠.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합니다. 자신이 정말 재밌고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면 다른 사람도 읽어봤으면 하게 됩니다. 평과 별점의 불일치가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상황에 이입을 해봅시다.
여러분은 지금 책을 읽어야겠다 혹은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막 하게 된 참입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고르려고 하니, 뭘 읽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습니다.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를 읽으면 무난할 거 같기는 하지만 뭔가 좀 새로운 책도 발견하고 싶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좋은 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가지만 우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팁.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책을 고릅니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도 그런 거죠. 제목과 디자인은 책을 고르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입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제목과 표지가 안 예쁘면 눈길도 받기 힘들죠.
첫 번째 팁은 제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제목에 이런 문구가 들어간 책들은 믿고 거르셔도 좋습니다.
1. 기적의 OO법.
2. 완벽한 OO법.
3. 천재들의 OO법.
반드시는 아니지만 이런 제목이 들어간 책들은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입니다. 해당 도서를 읽으면 기적처럼 뭔가를 잘 하게 되고, 완벽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며, 심지어 천재가 된다고도 합니다.
네, 고백하자면 저도 한 때 이런 책들에 자주 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너무 멋지고, 환상적이고, 기대되고, 좋았죠. 그런데 그런 기분이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 자체, 페이지를 읽고 알아가는 과정만으로는 변화까지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들을 읽기 전에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됐으니 좋은 것 아냐?"
네, 맞습니다.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순간 비슷한 책을 주기적 혹은 비주기적으로 읽고 있는 모습만 남게 됩니다. 방법도 알았고, 그렇게 기대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왜 달라지지 않고 비슷한 책만 읽게 됐을까요?
실천보다 또 다른 책을 읽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책이 알려준 방법보다 더 쉽고, 빠르고,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한 몫 하죠.
1, 2, 3번 같은 제목의 책을 아예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책은 한두 권, 많아도 열 권 쯤 읽어보면 비슷비슷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쯤 되었다면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두 번째 팁.
최근 온라인 서점에서는 거의 모든 사이트에서 30페이지 정도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구글에서도 본문 검색 기능이 있어서 일부를 읽어볼 수 있죠. 일단 마음이 끌린 책이 있다면 서문과 목차를 훑어 보는 게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평소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해도 목차가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되어 있는지, 서문 등 책 앞부분에 오자나 탈자, 문장의 오류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종종 본론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미리 보기가 끝이 나는 바람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살펴보지 않는 것 보다는 백 배 낫습니다.
처음 책을 고르는 분이라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도서를 만져보고 내용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면 더 좋습니다. 전자책이 늘어나고 단말기도 다양해졌으며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서 읽는 경우도 많지만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고도 소중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팁.
최신간은 리뷰나 서평이 없지만 기간이 지나면서 평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이때 참고로 하면 좋은 첫 번째 리뷰는 별점이 낮고 비판적인 글입니다. 후한 별점보다 낮은 별점의 경우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유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비판에는 핵심이 있고, 거기서 얻어지는 정보는 진짜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승전좋아요 식의 호평이 책 정보를 모호하게 만들게 됩니다.
반대로 자신의 경험, 기분 등을 담은 리뷰도 참고로 하면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요즘에는 워낙 현혹시키는 가짜가 많기에) 구체적인 상황까지 언급된 리뷰가 더 솔직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은 큐레이션의 시대라고 합니다.
뉴스도, 콘텐츠도, 상품과 정보까지 다양한 경로로 걸러져 우리에게 도달하죠.
한 때는 베스트셀러 리스트가 큐레이션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도 베스트셀러는 분명 유효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베스트셀러가 광고와 마케팅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요. 부풀려지고 헛되게 퍼진 거품 같은 책의 실체를 마주하고 실망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완벽하려고, 천재가 되려고, 기적을 일으키려고 읽는 경우도 있겠지요.
책은 하나의 수단, 과정에 불과합니다. 독서는 만능이 아닐뿐더러 더 많은 고민을 끌어올 때가 많습니다.
단지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얻기 위한 독서도 휴식과 기분 전환이라는 큰 효과를 갖습니다.
책에도, 책을 읽는 방법에도, 책을 고르는 데에도 정답이나 법칙은 없습니다.
나에게 좋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기만 할 수 있고, 나에게 최악이었던 책이 다른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음을 모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기울이면 지금 이 순간 조금 더 읽고 싶은, 나의 마음에 닿는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좋은 책, 행복한 이야기와 만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