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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Dec 22. 2022

질투는 나의 힘.

우리는 무엇을 의지 삼아 살아가는 걸까.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에 실린 시, '질투는 나의 힘'은 이렇게 맺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입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사랑을 찾아 온 생을 다해 헤매고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은 무엇을 힘 삼아 세상을 헤매고 또 살아냈을까. 


 백범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 백범 김구


가까이 있는 사람, 가장 사랑할 만 하지만 어딘가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 미움인지 모를 복잡한 마음이 되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오히려 가까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게 사람의 어리석은 마음이기도 하다. 행복한 하루하루, 좋은 매일을 꿈꾸면서 가까이 있는 이들을 미워하는 일상. 


 사랑을 찾지만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행복을 원하지만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어느 시인의 말, 어느 위인의 이야기를 가져오면 너무 간단하고 명료하게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일이 많아 쓰면서도 조금 힘이 빠지지만, 그래서 극구 인용을 피해왔지만 오늘은 이 문장들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모든 힘은 근원과 한계를 지닌다.'

에너지 보존 법칙 같은 물리 법칙이 아니라도 모든 움직임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그 힘의 작용이 끝나면 움직임은 멈추기 마련이란 건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된다. 

 

 미움이나 화는 무엇을 근원 삼고 있는 걸까. 불평일까, 불만? 소통의 부재 혹은 오해? 이기심이거나 자기 중심주의? 당연히 화를 낼 수 있다는, 그런 상황이라는 확신?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는 절교 혹은 결별의 선언? 

 그런데 잠깐.

그건 정말 미움일까? 

스스로를 지옥으로 초대하기 위해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그 많은 감정 중에 미움을 택하는 의지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건 누구를 향한 복수일까.


 세상에 사랑받기보다 미움받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영화 속에서라면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그의 원수, 불행의 원흉을 연기하며 '살아가라!'라고 멋지게 외치기도 하던데 그건 누구를 위한 불행 만들기, 미움 증폭기인가. 바쁜 마음을 멈춰 세워 잠시 돌아볼 일이다.


 겨울은 길고양이에게는 배고픔도 위기고 추위도 위기다. 그중에 가장 큰 위기가 목마름이라는데 비가 온다면 빗물 웅덩이를 찾아가겠지만 눈이 내렸다면 요즘처럼 제설제가 가득 녹아있을 눈 녹은 물은 독이 된다. 목이 말라 물을 마셔야 하지만 마실 물은 얼어붙었고 그나마 물이 없는 날이 많으며 녹아있는 물은 독물. 길고양이는 겨울이 자신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할까? 유난히 고난스러운 겨울을 미워하면서 어느 따뜻한 방에 누워 게으른 잠에서 깨어날 고양이들을 질투할까. 부질없는 생각들. 


 4년째 만나는 고양이들을 위해 얼지 않은 물과 물이 얼지 않도록 핫팩 하나를 넣어두는 일이 최선인 눈 내리고 바람 부는 겨울날. 무엇을 바라지 않고 주고, 다만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게 해 준 이 시간이 조금 더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모두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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