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8. 30 출근길 단상

오늘도 무사

by 가가책방

출근 길 이야기다. 평소보다 늑장을 부려 10분쯤 늦게 나왔다. 직장까지는 45에서 50분쯤 걸리니 운이 좋으면 정시, 어긋나면 조금 늦게 도착할 모양이다.
횡단보도를 15미터쯤 앞뒀을 때 보행 신호가 켜졌다.


길을 건너고 보니 버스 한 대가 달려 온다. 나와 목적지가 다른 버스, 뒤에 다른 버스가 오는지 본다. 이번 신호에는 못 맞추겠다 싶었을 때 버스 한 대가 더 보인다. 주황색 신호가 끊기고 빨간색에 길을 건넌 게 분명하다. 목적지를 지나는 버스다. 한 신호를 번다. 2분이나 될까.

학교 정문 앞, 버스가 급정거를 하며 경적을 울린다. 주황색 자동차, 택시가 갑자기 끼어 들더니 선다. 학생이 내린다. 버스 뒤에서 누군가 "미쳤나봐."한다. 승객은 알까, 방금 전 자기가 탄 택시가 버스에 깔릴 뻔 한 걸. 아마 생각도 안 하겠지만 운이 나쁜 날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운 좋은 학생이다. 버스에 탄 우리도.


그나저나 기사 님 운전이 거칠다. 정차 시간, 배차 간격, 교통 상황, 신경 쓸 게 하나나 둘이 아니겠지.


목적지에 거의 닿았다. 버스가 마지막 좌회전을 한다. 우회전 하는 버스가 툭 튀어 나온다. 버스는 핸들을 조금 오른 쪽으로 틀어 피해 간다. 이번엔 앞에서 흰 차가 달려온다. 왼쪽에서 버스가 달려들 때는 어, 위험한 걸? 하고, 앞에서 우회전 해서 속도를 내는 SUV에는 저 운전자가 제정신인가? 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왼편 차선에 섰던 차들이 직진을 하는 걸 보고 "아, 버스가 신호를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좌회전을 했구나."안다.


버스는 한 신호 빠르게 내려줬다. 지각을 면하게 해주려던 배려였을까? 하지만 그렇게 조금 서두르다 사고가 났다면, 크게 다쳤다면, 세상을 뜨기라도 했다면 그 수 분의 서두름은 누구를 위한 일이 됐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조언을 한다.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게는 따르기 어려운 말이지 싶다. 보이는 걸 보지 않으려 하고, 보였을 때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르며, 보이는 걸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는 하루라니,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오늘도 무사히 출근을 한다. 이 성공적 출근에 적지 않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생각하며,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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