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리뷰] 인간 불평등 기원론

불평등은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_불평등의 법칙

by 가가책방

가장 평등하다고 하는 시대,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불평등한 삶을 사는 우리다.
그래, 현재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 있으며 그 역사가 짧지 않음은 인정하기로 하자. 불평등은 언제부터, 어떤 모습으로 발생했으며 궁극적으로 어디에 닿을 것인가?
250년 전, 루소에게 의문을 품게 했고 이미 만연한 불평등에 자포자기에 더해 무감각해진 당대인들에게 상기하고자 했던 화두.
논문으로 심사 위원을 독자로 상정하고 쓰지만 심사 위원으로 대표되는 권위를 두르고 권력의 자리 위에 있는 이들을 비판하며 일종의 경고를 보냈던 건 아닐까.

1부는 도통 이해가 따라가지 못해 여러 모로 곤란을 겪었다. 말도 어렵고, 문장 구조도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논리의 실마리를 잡아내기 어려워서였다.

결론에 해당하는 2부는 논의하는 불평등의 실체가 현대 불평등의 모습에 가까워지면서 떠올리기 쉬웠던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늘었다. 현대 불평등의 모습은 루소의 담론,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하지만 루소가 오히려 낙관한 게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전제군주제가 종언을 고하고 민주주의가 흔해진 이후 전제 군주보다 더 가혹한 황금만능의 군주 독재 시대가 열렸으니 말이다. 군주와 권력자의 노예를 자처하던 자들이 황금 앞에, 권력과 대기업의 노예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범주에 들지 못한 이들을 멸시하는 모습. 루소의 통찰에 감탄하는 부분이다.

결과 제일, 야만보다 야만적인 부를 둘러싼 질투와 투쟁. 큰 부를 지녔음에도 품위를 갖추지 못하는 천박한 부유함.

인간 불평등의 기원을 아는 것으로 세상이 달라질까? 세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불평등 역시 모습과 대상을 달리하며 계속될텐데.
법과 규칙은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생겨나고 유지되는 게 아니라 고착시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에 무력한 공감.

루소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종교에 관한 거였다.
"종교는 종교적 광신이 흘리게 하는 피보다 훨씬 더 많은 피를 절약해주기 때문이다._108p" 종교를 이름으로 벌인 전쟁, 종교를 빌미로 흘린 피, 테러와 살인, 그 피를 적다고 할 수 있을까?

불평등이 지속되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불평등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불평등의 타파를 부르짖으면서도 불평등한 사회의 상위에 오르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지배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을 복종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_111p"
불평등을 불평하는 이들이 불평등을 지속시키고 있는 셈이다.
불평등이란 부의 문제와 비슷하게 나보다 더 불평등한 사람, 더 가난한 사람을 통해 위로 되기에.

다시 한 번 더 읽어야겠다. 원문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좋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번역 능력, 가능성은 극복 가능한 불평등이다. 우리 사회에 극복 가능한 것으로,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유지되거나 폐기되는 불평등이 얼마나 될까?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불평등 들이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고 그 체계를 견고히 하는 게 아닐까?
개인을 탓하는 사회,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 사회, 사소한 불평등조차 극복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그 상태의 격차. 의식의 불평등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완전한 전복이 일어나기 전까지 현 사회, 제도는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테니. 불평등의 기원을 짚어보는 건 가능하다 해도, 불평등의 종언을 목격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좌절이 남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