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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리뷰]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선생'이란 무엇이며,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나

by 가가책방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흔히 '선생', '선생님'이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이름, 자리는 단순히 '가르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정확히는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한 전달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선생님을 뽑는 기준은 시험이다. 시험을 잘 치른 사람, 교대나 사범대에 입학해 임용고사를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선생님이라 불릴 자격이 주어지는 거다.

학생에 대한 영향력이 커서 거의 절대적일 수 있는 존재인 선생님을 뽑으면서 성적만으로 검증하는 게 정말 최선인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선생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브로디 선생은 바야흐로 전성기에 닿는다. 자기를 따르는 소수의 아이들을 '브로디 무리'로 만들어 자기 영향력 아래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들을 해내도록 이끌어 간다. 안하무인 격의 성격과 유별난 수업 방식,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지식의 유형과 태도 등으로 학교와 선생들 사이에서 미움을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

만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로디 선생은 조금도 기죽지 않는데, 현재 자신은 전성기에 들어왔고 그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전성기가 언제 끝나느냐고? 그건, 누구도 모른다. 그 전성기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 브로디 무리에서 배신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될 거라는 것. 그 정도를 알 수 있을뿐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선생님의 영향력. 가르침을 통해 이끌고자 하는 방향, 가르치는 방식, 뒤틀린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과 위험성. 솔직히 다른 건 모르겠고,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선생과 학교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의 지대함만큼이나 또래 사이의 관계(내외적인 영향, 심리)의 미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음은 알았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부추길 때 쓰곤 하는 경쟁의 유발이 어떤 형태의 부작용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은근히 불어넣은 미래의 자화상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는가 하는 질문들과 함께.

다음에 한 번 더 읽어보면 좀 더 이해를 넓힐 수 있겠으나 몇몇 사건은 불편하고 또 불쾌했다.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수습도 없이 끝내버린 그들의 뒷 이야기들. 정서상의 거리감이 커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나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굳이 꼽자면 지금이 바로 나의 전성기가 아닐까 한다. 적당히 자만할 수 있고, 얼마만큼의 자신감도 품으면서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이들에게 절대적이진 않지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 무엇보다 스스로 무엇을 시작하거나 끝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시기, 그런 시기가 전성기라면 말이다.

좀 더 깊은 이해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굳이 이 소설의 주인공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제목에 등장하는 진 브로디가 아니라 샌디를 선택할 생각이라는 걸 밝혀둔다. '크림 중의 크림', 그녀야말로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의 완전체라 여기기에.


기억해둘 것: 통찰력, 영혼, 크림 중의 크림, 전성기, 정치, 배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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