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요즘 내가 책을 사는 곳, 사는 방법

정가제는 기이한 방향으로 바뀌었고 나는 도서 구매 패턴을 바꿨다

by 가가책방


안녕하세요. 북큐레이터 서동민입니다. 2018년 11월 15일, 오늘은 2019년 수학능력시험일이죠. 모든 수험생들에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은 2014년 11월 강화, 개정된 도서정가제 4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변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기에 판단은 읽는 분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는 매년 '당신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한 해동안 책을 사는데 쓴 금액과 월평균, 관심분야 따위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이벤트를 합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이벤트는 열렸고, 저는 자신의 도서 구매 패턴이 달라졌음을 확인하면서 그 변화 양상과 이유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우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공유하고 시작하겠습니다.


2018년 알라딘 서점 도서 구매 금액 및 비율


비교를 위해 2017년 통계도 함께 보겠습니다.


2017년 알라딘 서점 구매 금액 및 비율


제 경우 2014년 이후 알라딘 지역, 연령대 도서 구매 금액 상위 1%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에는 4%대로 떨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대비 158권을 덜 샀고 월 평균 구매 금액도 삼분의 일 이하임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4월은 전년과 비슷한 금액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알라딘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세트 도서를 구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얘기하지만 저는 도서 정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현행 도서 정가제가 천명한 정책 목표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가에 회의적일 뿐이죠.


현행 도서 정가제가 바꾼 도서 구매 패턴을 이야기해보죠.


첫째는 도서 구매 금액의 절대적 감소입니다.

정가제 강화 시행 이전에는 하나의 서점에서 책을 몰아사기보다 혜택을 나눠 받고자 여러 서점에서 책을 샀죠. 결국 통계보다 더 많은 금액, 권수의 책을 샀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한 서점에서 몰아사게 됐고 2018년에는 온라인 서점 이용을 피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러한 변화가 도서 구매 금액의 절대적 감소로 드러난 겁니다.


둘째는 도서 구매 형태의 변화입니다.

빠른 무료 배송 서비스와 10%의 할인, 5% 상당의 적립금을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은 매력적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없는 서비스일 뿐 아니라, 책 상태와 교환 편의성에서도 온라인 서점이 강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할인과 무료 배송 방식은 오프라인 서점을 살리고, 출판사와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아 보이죠. 그에 맞춰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들이 내놓기 시작한 대안이 '북클럽'입니다. 물론 이전부터 있어왔고, 서점이나 출판사가 정가제의 대항책으로 북클럽을 내놓았을 거라는 부분도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독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이라고 보고 있고,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제가 구독중인 북클럽 서비스는 총 세 가지입니다.


1. 최인아 책방 북클럽

최인아책방 북클럽은 6개월과 12개월로 나뉘어 있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배송하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책을 읽은 사람들이 책방에 모여 서로가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한 걸 나누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최인아 책방 12개월 서비스를 택했습니다. 비용은 20만원. 다양한 분야의 책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작위(고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사숙고)로 발송되기에 읽기 힘들거나 선호하지 않았던 장르를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권을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으며, 총 비용이 아깝지 않은 금액의 도서가 발송되고, 무엇보다 책방마님인 최인아 대표님이 직접 책을 추천한 이유를 담아 보내는 편지가 큰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책방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도 매력적.


2. 민음 북클럽












민음북클럽은 1년 멤버십 형식으로 운영되고, 3권의 세계문학전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2권의 북클럽 에디션 도서가 증정되며 북클럽 에디션은 다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됩니다. 그 외에 패밀리 세일, 강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민음북클럽은 가성비가 좋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33,000원에 5권의 책을 받게 됩니다. 선택할 수 있기에 피하고 싶은 책을 받을 위험도 없죠. 다른 데서 구할 수 없는 희소한 판본을 손에 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너무 무리해서 아이템이나 굿즈를 만드느라 오래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네요.


3. 문학동네 북클럽

문학동네 북클럽은 1년 멤버십 형식으로 운영되고 취향별 색상을 선택하면 해당 색상에 지정되어 있는 1권의 도서와 베스트 콜렉션 도서, 가입 년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과 몇 가지 아이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 북클럽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2가지 컬러를 구매했는데 100,000원이라는 비용에 비해 책에 들인 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느꼈습니다. 북클럽 서비스 개설 이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이미 구입해서 읽었던 터라 함께 온 2권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반갑지 않았으며, 베스트 콜렉션은 그대로 책장으로. 처음에는 컬러만 선택할 수 있을뿐 그 안에 무슨 책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북 형식이라 첫번째로 선택한 컬러 도서 역시 앞부분만 펼쳐보다 책장에 꽂아야 했습니다. 코인, 지우개, 연필 등 다양한 굿즈를 함께 넣어준 건 흥미로웠으나 본질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강연에라도 참석했더라면 보람을 느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처음이라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내년에 다시 한 번 더.


이전에는 내 취향, 관심에 부합하는 도서를 직접 선택했다면 지금은 출판사나 서점의 안목에 기대를 거는 방향으로 나아간 부분이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기보다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 점도 있고요. 거리 상 자주 갈 수 없는 오프라인 서점이지만 서점의 대표와 직원들의 안목을 신뢰할 수 있다면 비슷한 서비스가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점은 오프라인 공간을 갖추고 있기에 일정 인원을 모아 꾸준히 독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겠네요.


셋째 구매 장소가 변했습니다.

온라인 서점보다는 오프라인 서점, 가까이에 있는 지역 서점 방문 횟수가 늘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이나 근처에 일이 있을 때 몇 걸음 더 걸어서 다녀오려고 합니다. 최인아책방에서는 대표님이 추천한 책이나 큐레이션된 관심 분야 도서를 현장에서 구매하기도 했죠. 아직은 일부러 찾아가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오프라인 서점 이용 비중을 높일 생각입니다.


넷째 도서관 이용이 늘었습니다.

웬만한 책은 구매해서 읽던 방식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책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으면 빌리고, 신간이나 비치되지 않은 도서는 희망 도서를 신청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대출 중이라 바로 빌려 읽을 수 없더라도 급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반납을 기다렸다가 빌려 읽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전적으로 정가제 영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 소비 행동 변화,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했을 테니까요. 출판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출간되는 도서 종수도 늘어났지만 다양성 부분에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띄우게 되고, '양질의 콘텐츠'인가 하는 부분에도 회의적이 될 때가 많습니다.


현 개정 강화 정가제 최대 한계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출판사 살리고, 서점 구하고, 신간 촉진하고, 콘텐츠 다양화 하는 일 다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형태로는 어디까지나 독자에게 부담과 책임이 전가되는 경향이 개선될 수 없음은 명백하죠. 독자들 모두가 기부천사라서 '그 정도는 사랑하니까 감수한다'고 한다면 모를까 지속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모든 관계는 상호적입니다. 정책 역시 상호적이고요. 한쪽이 희생하거나, 한쪽에 무거운 책임을 지운 관계가 오래오래 아름다울 수 없듯이 정책 역시 그럴 겁니다. 독자들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안 그러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테고,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갈테니까요.


마음이 가는 책, 응원하고 싶은 출판사, 좋아하는 작가 책은 앞으로도 사고 읽을 겁니다. 좋은 책, 좋은 정책, 좋은 독자로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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