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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Feb 19. 2019

꿈을 꾸지만 우리는 현실을 산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_송은정/효형출판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책방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책방을 꿈꾸는 사람이나 저마다 마음 한 구석에 꿈꾸며 그리는 서점의 모습, 풍경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혹은 그 비슷한 꿈의 공간이 있습니다. 엄밀히는 책방이라기보다 서재에 가까운 공간이지만요.


 지난 1월 말, 최인아 책방에 들렀다 책 한 권을 샀습니다. 

사실 처음에 골라든 책은 <꿈의 서점>이었어요. 책방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다닌지도 몇 달, 슬슬 이제는 공간을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던 시기. 누군가가 '꿈의 서점'이라고 소개하는 공간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거든요. 

 표지가 보이게 놓여 있어 더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발견 기회에서 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녀석이 먼저 보인 게 당연하겠죠.

책을 열어 목차를 훑고, 몇 군데 쯤 읽었을 때 문득 다른 책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작고, 얇은 책. 그냥 지나쳤어도 이상하지 않을 책이었죠.


제목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거의 모든 책방의 미래.

특별히 어둡다거나 운명적이랄 것도 없는, 어쩌면 몹시 당연해 보이는 결말.


 '닫았다'는 단어는 다시 열지 않을 상태. 열린 상태의 종료. 명확한 결말의 냄새를 품고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고, 어떤 마음으로 책방을 닫았는지를. 

 책에는 여행책방 일단멈춤 지기의 2년이 조금 못 되는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길지는 않았지만 출판사, 지역 서점에서 일해 본 경험과 두 달이 모자라는 3년 간 인터넷 서점을 겸한 회사에서 도서 콘텐츠를 기획해 본 경험은 책과 책방의 현실을 환상 없이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풀어낸 책방 지기의 이야기는 아직 깨어난 적 없는 미지의 통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모든 첫 걸음을 위대하다 칭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걸 우리는 공기처럼 보고 경험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실패 사례에 하나가 더해진 셈에 불과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속 실패는 흔할 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흔한 실패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거의 모든 실패는 언제나 결정적이기에. 간단한 실패가 아니라 간절한 실패이기에.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간절한 실패의 기록이었다고 고쳐 적어야겠습니다. 

실패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누구보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실패를 선택해야 했던 사람의,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기로 다짐했을 사람의.


 꿈을 꿉니다.

꿈의 공간을 꿈꿉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건 꿈 속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인 것을.

그렇기에 꿈의 서점이 아니라 현실적인 서점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꿈과 현실 사이의 어디쯤에 있을 타협점을 찾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실 속에서 현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꿈을 내버릴 필요는 없음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떠올린 생각들을 두서 없이 적어보면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인 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반대로 생각해보면 꿈 같은 현실도, 결국 현실 같은 현실일 뿐인 건 아닐까.


 알면서도 시작해서 실패할 것인가.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에도 시작할 것인가.

혹은 둘 사이에 있을 어떤 의외의 결말에 기대를 걸어볼 것인가.


무엇이 정확하고, 옳은 결론인가는 확실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건 일단멈춤 책방 지기가 일단 멈추기를 택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던 자기를 지키는 일.

삶의 앞에 꿈을 세우려다 꿈에 삶이 깔리지 않도록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간직하는 일이 아닐까.


 나는 책방을 준비하며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읽었습니다.

끝이 시작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끝내기에 시작하기에 뒤지지 않는 용기가 필요함을 실감하기 위해, 그 외에 무수하게 가져다 붙일 수 있을 이유들이 이 책을 고르고 읽게 했습니다.


 여전히 꿈을 꿉니다.

오늘 책방을 닫는 꿈이 아니라 내일, 책방을 시작하는 꿈을.

아직 밑그림에 불과하지만, 분명 완성해낼 걸 아는 한 장의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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