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C의 Princess Diary #1

여기는 충청남도 공주시 원도심

by 가가책방
제민천북클럽.jpg 10월, 공주 원도심 제민천의 밤

3개월째, 공주 원도심에 책방을 만들 생각이라며 돌아다니고만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작해야 하는데 하고 또 생각만 하다 불쑥 일어난 충동에 휩쓸려 항공권을 결제하고 말았던 게 어제 오후.

포켓와이파이를 예약하고, 여행자 보험도 들고, 숙소를 찾다가 문득 지난해 여름이 떠올랐어요.

처음으로 공주 원도심에 발을 들이고, 60년 넘은 한옥을 수리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그 여름.

돌아보면 그해 여름 여행이 지금 공주 생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이.

기억을 따라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어요.

"여행이 사람을 바꿔놓는 걸까, 달라진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걸까?"


질문 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에요.

삶이 그렇듯 여행 역시 완결이나 결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인 거니까요.

그럼에도 물어야 했던 건, 나 스스로가 어떤 마음의 길을 걸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경험, 내 과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몸에 새겨져 간단히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얘기하려던 계획이 불과 몇 주 만에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공주20180707_2.jpg 한옥 게스트하우스, 모던 한옥, 봉황재

사진첩을 뒤져봤어요.

다시 한번 기억에 속았음을 깨달았죠.

더 많이, 여러 곳을 찍어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그 사진들은 내 것이 아니었거든요.


오늘부터라도, 오늘까지 기억하고 있는 경험이라도 적어보자는 결론은 자연스러웠습니다.

비록 경험 전부를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한 순간 모두를 기억해 낼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호박이나 화석을 연구하는 학자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테니까요.


지금부터 적는 건 '기억을 위한 기록', '기억에 붙이는 주석'입니다.


공주20180707_1.jpg 대통사지 공원 고양이는 도도하고 당당하다

반은 농담, 반은 진담으로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월간 공주, Monthly Princess Magazine, 月刊 Princess를 내보면 어떨까?"


얼마쯤 예상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설마, 공주라서 Princess인 거야?"


진지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응, 괜찮지 않아?"


얼마쯤 건성처럼 들리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응, 괜찮네."


벌써 두 달쯤 전의 일입니다.

흐지부지, 잊고 지냈습니다.


새삼 어디가 진담이고 어디가 농담이었는가 생각해 보면요.

냉정하게는 객기를 부린 셈인데,

아무리 한가하고, 콘텐츠로 활용해볼 만하다 싶은 대상이 많다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제된 글을, 적절한 사진을 보태어, 보기 좋게 편집까지 해서,

게다가 일정 편수 이상의 콘텐츠를, 다양성까지 갖추어서 발행할 수 있을 듯하지 않았죠.

네, 진지하지 못했습니다.


月刊 Princess, 공주라서 Princess라고 한 건 진담입니다.

나만 재밌나,
물론 충남 공주와 Princess는 별 상관없지,
굳이 엮어 보자면 비록 60년이라도 백제 웅진 시대 수도였는데,
Princess 하나나 둘은 있었을 거 아닌가 당연히 있어야지 없을 수 있나?

이렇게까지 생각한 건 아니지만, 혼자 생각하기에는 제법 괜찮아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후후,,

月刊 윤종신 멋지잖아,

月刊 Princess가 어때서.

이런 생각이었다는 거죠.


서울과 공주를 오갈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조금씩 공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현실을 좀 더 냉정히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거의, 아무 글도 쓰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요.

"현실과 자신을 직시해."

마음을 휘갈기는 팩트 폭풍.


공주20180707.jpg 시간이 정지된 음악공원에 서있는 영원한 소년, 잉어를 이고 있는 피터팬

그래서,

매거진이니, 뭐니 거창한 건 하지 못해도 일기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가뿐하게 써나가려고 합니다.

사진첩과 기억을 뒤적여 끄집어낸 이야기들을요.


일단 시작을 했으니 반은 된 셈이군요.

공주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하루하루를 쌓아보겠습니다.


공주 일기라서 Princess Diary입니다.

여기는 충남 공주입니다.


나가는 질문.

여행이 먼저일까요, 변화가 먼저일까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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