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체온은 인간보다 높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언제나 적게는 세 마리, 많게는 열 마리도 넘는 개가 있었다.
많이 낳고, 많이 죽었다.
때로는 병으로, 때로는 음식으로, 때로는 잘못 먹은 약으로 한꺼번에 강아지가 죽어나가기도 했다.
오래된 얘기다. 아주, 오래 된.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일단은 '도시'에 살게되면서 처음으로 집안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만났다.
집안에서 놀고, 집안에서 먹고, 집안에서 자고, 집안에서 싸고.
똥 오줌을 가리지 못할 때 크게 혼났고, 자주 혼났다.
때로는 맞기도 했다.
개를 '산책 시킨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예전 얘기다. 제법, 예전의.
지금 고향에는 두 마리 개가 있다.
한 마리는 작은 믹스견이고, 한 마리는 제법 큰 믹스견이다.
큰 녀석은 병원에도 자주 다녀야했다.
형제였던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두 마리가 녀석을 괴롭히며 밥도 물도 먹지 못하게 했던 탓에 죽음 직전까지 갔더란다.
종종 집에 들러 보면 작은 녀석은 늘 묶여있고 오히려 큰 녀석이 풀려서 뛰놀고 있었다.
산책이 의미가 없달까.
뛰놀고 싶으면 뛰놀고, 자고 싶으면 잘 수 있으니까.
얼마 전 공주에서 개 한 마리와 재회했다.
제민천이라고 하는 시내 가에 멋지게 지어 놓은 집에 커다란 집을 갖고 있는 얼굴에 비해 몸이 작은 믹스견이다. 지난 해 7월이었는지, 9월이었는지 여행 갔을 때 사납게 짖던 녀석이라 기억에 남았었다.
재회라고 한 이유는, 다시 만난 녀석이 더는 짖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을 내밀었을 때 자연스럽게 냄새를 맡고, 핥아주었다. 받아들여진 건가?
지난 번과 다른 점은 더 이상 묶여있지 않았다는 거다.
목줄이 풀려 울타리 쳐진 정원을 오가며 현관 앞에 누워 볕을 쬐며 자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지나는 사람을 향해 사납게 짖지 않게 된 건 그래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부끄러운 건 나였다.
손을 내밀 때, 망설인 쪽도 나였다.
혹시라도 물리면 어떻게 하나 의심했다.
손을 내밀기를 기다렸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물어 뜯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개는 자꾸 자꾸만 내민 손을 핥았다가, 왼 발을 내밀었다가 조금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나서며 오른 발을 내밀뿐이었다.
오래 머물며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미안하면서도, 이 정도면 지나가는 사람으로서는 제법 '놀아주지' 않았을까 하며 자리를 떠나곤 했다.
일어서서 자리를 떠날 때 문득 그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의 혀는 왜 차가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의 혀는 인간의 혀보다 뜨겁다.
인간의 체온이 보통 36.5도 라고 하면, 개는 38도 혹은 39도라고 한다. 평균으로도 2도는 높다.
그런데 왜, 개의 혀가 차갑다고 생각했을까?
오해 때문이다.
나는 개를 오해했던 거다.
오해를 떠올리고 난 후 제민천 가에서 만난 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난 번 만났을 때 '사납게 짖었다'는 건 사실일까?
그때도 지금처럼 그 개는 사납지 않았을 가능성이 그때는 사나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
사람이나 개나 성격이라는 게 몇 달만에 완전히 변하지 않을테니까.
그렇다면 개는 원래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납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때 개는 묶여 있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만큼 산책을 시켜주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늘 신경이 날카로웠던 건지도 모른다.
결국 개가 나쁜 게 아니라, 개가 사나운 게 아니라 사람이 잘못을 하고 있었고 사람이 개를 잘못 보고 있던 건 아닐까.
개는 물 생각이 전혀 없는데 물릴까봐 겁내는 마음을 품었던 사람의 생각이 잘못이었듯, 감히 개와 '놀아준다'는 생각도 잘못된 게 아닐까?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나쁜 개는 없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전에는 몰랐다. 어리석은 인간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오해한 거였다.
생각을 돌려본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도 얼마나 오해가 많은가를 생각한다.
개의 혀가 차갑다고 느낀 이유도 여럿이리라.
겨울이라 찬 바람이 불기에 혀가 닿은 자리에 침이 빠르게 식었을테고, 체온 36.5도 보다 낮은 건 모두 크게나 작게나 차갑게 느끼기 마련 아닌가.
그 외에도 차갑게 느낄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차갑게 느낀 그 느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느낌에서 '개의 혀는 차갑다'라는 결론을 내린 내 생각이다.
바로 잡는다.
개의 혀는 따뜻하다.
신중함과 역지사지가 오해를 줄인다.
올해에는 개의 혀는 차갑다느니 하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지.
더위를 식히기 위해 혀를 내밀고 있는 여름의 개를 떠올린다.
역시 개의 혀는 차가울 수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