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말한다 : 너에게는 두 달 정도가 남아있다
"악몽을 꿨어."
"………."
"아침까지 기억하게 되면 얘기해줄게."
좀처럼 꿈을 꾸지 않습니다. 꿈을 꿨더라도 깨어날 때쯤에는 거의 잊어버려서 떠올리지 못하죠.
그런 편이기에 종종 기억에 남는 꿈에는 의미를 부여해 보려고 시도하는 편입니다.
오늘 꿈이 그 한 예가 되겠네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병원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소한 이유, 정기 검진 결과를 듣는다거나 하는 이유였을 겁니다.
어느 순간, 마주 앉은 의사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사람은, 이 사람은…"할뿐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왜 그러는 거야?'
네, 아무 짐작도 없이 무심히 이상하다고, 이상한 의사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의사가 말을 이었습니다.
"병이 뇌에 이르렀다."는 얘기였습니다.
얼른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데 한참이 걸린 기분입니다.
'오래 못 산다는 건가?', '아니지, 죽는다는 건가? 곧.'
의사는 얼른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닥달하며 묻지도 않았고요.
뇌에 이르렀다는 병이 영향을 줄 수 있을 사람, 그에게 끼쳤을지 모를 해악의 가능성을 따져 물었을 뿐이죠.
다행히, 병은 오직 나에게만 시한부를 선고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남았을까?'
의사는 직접 얼마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사의 얘기가 들려 알게 됐을뿐이죠.
'두 달.'
의사는 두 달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런 경험, 누구에게나 한두 번은 있을텐데, 꿈을 꾸고 있지만 지금 보고 있고, 겪고 있는 이 사건들이 꿈이라는 걸 이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엉뚱하게도 현실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병이 깊은 상태고, 주변 사람을 염려해야 하는 상태며,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요. 약간의 어지러움, 가끔 꺼지듯 멀어지고 사라진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기억이 그 병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따라붙었죠.
지난 해 7월에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이상이 없었는데 불과 6개월 사이에 치명적 병이 자라 목숨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를 확률이 얼마쯤 될까.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걸렸을뿐, 명백한 현실이었죠. 꿈이지만요.
생각이 거기쯤 닿았을 때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악몽을 꿨어."
"………."
"아침까지 기억하게 되면 얘기해줄게."
이렇게.
다시 잠이 들었을 때, 우습게도 이전 꿈과 이어지는 꿈을 꿨습니다. 지금은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두 달이라는 시한부 선고가 어떤 의미일까를 다시 묻게 하는 내용이었다는 느낌은 남았습니다.
이런 생각도 했는데, 우습게도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과 읽어야 해서 읽을 책들에 대한 거였습니다. 사뒀다는 이유가 미련이 되어서 관심이 없거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건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죠. 거기에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한 번씩 더 읽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또 하나, 한참이나 멈췄던 '쓰는 일'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결심도 세웠죠.
두 달이건 이 년이건 시간이 한정된 건 분명하기에 '더 가치있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겠다고요.
깨어나서는 조금 다른 해석도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두 달.
지금 준비하는 일이 어떤 형태로든 실현되고, 시작이라는 궤도에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
말 그대로 시한부, 기한의 제시가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닿은 거죠.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던 모임과 공간의 시작과 마련을 본격적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무엇을 시작하기도, 계속하기도 어려워질 거라는 어떤 암시이자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이 시대에 시작하는 게 옳은 일인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유지하고 계속하는 게 가능한가?
어렵다면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찾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생각, 어렵게 부정하려고 시도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나는 다만 두려운 게 아닐까?"
무지는 두려울 게 없지만 미지는 두려운 법이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세계는 얼마나 큰 두려움이 될 수 있는가. 그런 마음의 움츠러듦이 시한부의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두려움보다 크다면, 시작할 수도 계속할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에 나아갈 수 있다.
지난 밤 꿈을 해석해 봤다. 의미도 부여해 봤다.
꿈인 걸 알면, 두려울 게 없다. 두려운 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한 줄로 결론을 내려보면 이런 거다.
"지금은 오늘 밤이면 잊힐 꿈은 잊고, 오늘과 내일에 의미를 만들어갈 때"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