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기공사 가가C로 인사드립니다.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벽을 대략 마감하고 공간 작업 초반, 최대 격전지였던 천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처음 천정을 뜯어냈을 때의 충격과 경악이 사라진 자리에 흔함을 얹어두었죠.
천정이 지금 어떤 모습이냐 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천정을 두고 크게 두 파로 갈렸는데요.
하나는 '껄쩍찌근 허네~' 팝니다.
하다가 만 듯해서 보고 있으면 뭔가 불편하다고.
단열을 할까, 페인트를 칠할까, 그도 아니면 다른?
여러 단계를 거쳐 내린 결론은 '그냥 두자'였습니다.
비용도 비용이고, 천정 작업은 벽면 작업보다 더 힘들어 보였거든요. 무엇보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둬도 되는데 굳이 그걸 긁어서 먼지 낼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괜찮네~’팝니다.
‘요즘 유행하는’이라는 수식어도 종종 붙죠.
전 둘 다 납득합니다.
괜찮기도 하고, 뭘 더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죠.
가가C는 천정 작업을 시작하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 평쯤 되는 공간에서 벽지 150리터를 배출해낸 걸 목격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기이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죠.
첫 번째는 '네가 정녕 살아있었단 말이냐?'로 정리됩니다.
천정을 뜯고 보니 천정 벽에서 전선이 나와있는 곳이 세 곳이더군요.
이렇게 말이죠.
전등과 콘센트 전원은 모두 2번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1번과 3번은 죽어있을까?
꼭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몸으로 전기가 흐르는지 시험해보고 나서야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기억을 뒤져 '검전기'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후후,,,,'
전파상에 갔는데, 좀 괜찮아 보이는 건 다 비쌌습니다.(절대적으로 비싸기보다 사용 빈도나 용도에 비해)
더 싼 게 있는지 두 번 물어봤더니 사장님은 제일 싼 거라며 3,000원짜리를 소개해주셨어요.
측정은 잘 된다고, 가성비 굿이라고.
살아있는지 하나씩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검전기 사용법 숙지를 위해 살아있는 게 확실한 2번부터 측정을 시작했죠.
아하, 전압, 전류 이런 순서로 표시되는구나 했습니다.
다음으로 1번.
살아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3번.
살아,,, 있었을까요?
네. 3번도 살아있었습니다.
1번이 살아있어 놀랐고, 3번이 살아있는 걸 알게 됐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3번은 '설마 이게 살아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깨진 플라스틱 관을 묶어서 전선을 올려두는데 쓰기도 했거든요.
살아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방치된 모습 때문입니다.
1번은 그래도 선 끝에 검은 절연 테이프가 감겨있었어요. 두 선도 따로 떨어져 있었고요.
하지만 3번은 두 선이 붙어있는 형태의 전선을 그냥 뚝! 잘라냈을 뿐 아무런 처리나 조치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 상태로 단열재로 쓴 스티로폼을 지나 합판 재질의 천정에 닿은 채 수십 년을 보내면서 합선이나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정말 기적 같았습니다.
두 번째는 'I'm your father.'로 정하죠.(스타워즈 다스베이더 대사)
먼저 모든 전등, 전원이 2번에서 연결되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3,000원짜리 검전기를 최대 활용해 검증한 결과 모든 선의 시작은 1번이었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왜?
왜 그랬을까요.
굳이 선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합선이나 단선의 위험을 키운 이유는 뭐였을까요.
뭐, 귀찮아서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천정은 합판으로 가릴 거고, 굳이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도, 수고를 들일 이유도 없던 거겠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렇게나 전선 중간을 끊고 다른 선을 따낸 방식이 안전보다는 시공편의를 위주로 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내화성 소재도 아닌 일반 PVC파이프에 전선을 통과시킨 점, 선을 따내기 위해 그 파이프 중간을 부러뜨린 점 등도 확신을 갖게 하는 근거죠.
세 번째 기이한 경험은 '옆 방으로?'.
천정 정리 결과 2번은 사라집니다. 살려야 할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2번에 연결된 선들은 하나씩 끊기다 결국 완전히 철거해버렸죠.
그런데 말입니다.
3번에 반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3번도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검전기를 정밀하게(그래 봐야 3,000원짜리로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측정해본 결과 3번은 철거할 수 없는 선이었음이 밝혀져요.
분기점이었거든요.
전선도를 정리해볼게요.
1. 빨강이 안채에서 들어오는 전원.
2. 노랑으로 분기 후 전등 1, 전등 2, 콘센트 1로 분기.
3. 양쪽 방으로 분기.
예전에 이 공간 전기 공사를 하신 분은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닙니다.
그냥 '업자'였겠죠.
인테리어 업자였는지, 다른 뭘 하는 업자였는지, 그저 얼마쯤 되는 돈을 벌기 위해 얼마쯤의 작업을 하고 돌아갔을.
저 역시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니지만, 전기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작업을 기획했고 실행했습니다.
이 공간을 안전하게 밝히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는 걸 도와줄 생각들을요.
전기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가 왔습니다.
안전한 전기 사용으로 행복한 날들 밝히시길!
가가책방 캠페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