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Aug 01. 2019

공간은 어떻게 책방이 되는가 #9

합니다, 원도심 구조대 2.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간을 철학하려는 가가C로 변신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책방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게 있어요. 전에는 공간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로 '쓸 수 있지만 비어있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간단히 적으면 '완비'. 

 지금은 '비어 있지만 쓰임에 맞게 재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한 장소'라는 생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다르게 표현하면 '운영자와 이용자의 목적과 의지가 발현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공간인 거겠죠.


철거를 하고, 벽을 고치고, 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은 공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보면 기초 중에서도 기초였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실감했다고 하면 너무 둔한 걸까요? 

 이색 인테리어 공간, 동시에 운영자와 딱 맞아떨어지는 이미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깊은 고민과 수고,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고비용의 이유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방을 만드는데 큰 비용을 들일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단순하게 책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공간을 유지하면서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려고 한다면 너무나 너무나, 힘들어질게 분명하니까요. 

 공간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유된 아이디어 하나는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공간 구성에 활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공주 원도심은 도시 재생과 재건축,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다르게 말하면 뭔가는 부서지고, 뭔가는 세워지는 게 일상이라는 거죠. 좀 더 들여다보면 어떤 소재는 뜯긴 후 버려지고, 어떤 소재는 쓰고 남아서 버려지는 일의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럽게요.


 망가지거나 썩어버려서 못쓰게 된 소재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거예요. 

이곳이 공주가 아니었다면 역시 별생각 없었을 거고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런 것처럼 뜯어낸 소재는 재사용 가능했고, 어쩌면 책방 어딘가에 쓰기 적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어요. 

 사무실로 쓰다가 카페로 변신하기 위해 리모델링하려는 공간.

한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너무 크고, 높은 '건물'을 세우는 현장.

일부는 수리하고 일부는 더하여 짓는 한옥 리모델링 현장.

그 공간과 현장들에서 얻어온 건 제각각의 목재와 가구였어요.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어디에, 어떤 용도로, 얼마큼 필요한지 모르면서 모으는 건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는 수고 그 이상이 못될 수도 있으니까요) 감이 왔습니다.


"이건, 쓸 수 있다."


그런 예감이요.


한옥 신축 현장에서 남은 재료를 가져올 때는 처음으로 용달을 부르기도 했어요.

제법 욕심껏 잔뜩, 실어 왔거든요.

사진을 남겨뒀다고 생각했는데 없네요. 


테이블 뒤로 보이는 통나무가 그 현장에서 가져온 목재 일부


 바닥에 쌓아둔 각목은 공간을 철거하고 못을 빼서 모아둔 거예요. 

별로 길지도 않고, 못 자국도 많고, 휘어지기도 했고, 문제라고 할만한 요소를 잔뜩 품고 있었지만 이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버리기 아쉬웠거든요.


 결론적으로 미련과 아쉬움과 아까움과 예감이 목재와 가구를 모으게 만들었고, 부족하지만 양적으로는 충분    히 모았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는 설계와 시공을 고민하게 됩니다.


 공간에 정체성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 방법 중에서 제가 선택한 건 오래되고, 버려질 예정이던 소재를 재배치함으로써 어쩌면 '우연히' 만들어질 의미를 더하고 쌓는 길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아차리게 되지요.


 공간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혹은 '처음부터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들어 가는 과정에 담긴 의도와 의지, 고민과 시도들이 어우러지고 모일 때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지.


 그릇은 비어 있기에 쓸모가 있다고 하죠. 

공간 역시 비우고 나서야 쓸모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비어 있기만 해서는 쓸모 있다고 생각할 수 없죠. 

그릇은 음식이든 물이든 혹은 물건이든지를 담을 때 쓸모를 다함으로써 의미를 얻고, 공간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구와 소품을 필요로 하니까요.


  "재료는 모였다."

남은 건 분해와 조립, 해석과 재해석의 시간과 실행뿐.


그런데, 이렇게 나무 조각과 누군가 버린 의자와 탁자를 모아서 공간에 넣어두자 당장 두 가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하나는 사람들의 오해, 둘은 더 좁아진 공간.

다음 이야기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했던 오해와 좁아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극복해야 했던 난관을 소개하기로.


 어찌 되었든, 비우면 뭐하나. 비우기 전보다 더 채워지는 걸.

좋은 의미로는 비우면 두 배로 채워진다.

좋은 건지, 아닌지는 스스로 판단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