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건지 생각해 봐야 한다
DIY, 셀프 목공, 셀프 인테리어 경험자 가가C입니다.
벽지를 뜯고, 천정을 철거하고, 벽에 핸디 코트를 바르고, 천정을 그냥 두고, 전등을 설치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건 검색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하면서 소재 선택 요령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 사진 콘텐츠가 차고 넘치더군요. 하지만 정말 도움이 된 건 일반인, 보통의,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남겨둔 팁들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의 요령과 숙달된 기능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왜 일반인의 경험이 더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전문가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정보를 생략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을 주로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간단히 말하면 "그렇게 하면 돼."라거나 "이걸 쓰면 충분해.", "이렇게 하면 쉬워." 하는 식으로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일종의 권위가 거슬렸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마도 성향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을 텐데 제 경우는 선택 없는 선택지 제시를 평소에도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이런, 저런, 또 그런 선택지가 있는데 다른 건 됐고 이걸로 해야 해.'
선택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당연한 걸 택하지 않으면 이상하거나 괜히 고생을 사서 하려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선택지 제시는 선택지 없는 선택이잖아요.
뭐,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탓으로 실제 상황에서 사서 고생한 게 많긴 하지만요.
공간 작업을 하면서 높은 빈도로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이거예요.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하는 작업마다 마침, 예전에 직업으로 일해본 분이라거나 지금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분, 해당 분야 지식이 풍부하신 분이 자주 지나가셨어요. 짧게는 1, 20분부터 길게는 1시간 넘게 얘기를 하고 가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디서 다 토막 난 나무들, 못 박히고 변색된 나무들을 가져다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에요.
"아, 이 나무는 이런 특징이 있어서 이런 데 쓰면 안 되는데"에서 시작해서 "이 목재는 너무 커서 쓰기 안 좋으니 제재소에 가서 켜서 써."라는 당시의 제가 실행할 수 없는 조언과 "전문가를 불러다 빨리 해버리는 게 속편해"라는 정말 쓸데없는 얘기까지.
느리고, 더디고, 서툴고,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생기는 문제를 자꾸 일깨워주시는 거였죠.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손으로 직접 하면 지출 비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분명 서툰 솜씨에 탈이 생기는 부분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고, 자신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결코 싼 게 아닐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공간을 책방으로 만들면서 크게 힘쓴 부분 중 한 군데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과 공간을 찾아 이용할 사람들의 특성에 맞으면서 잘 어울리는 이질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책 크기와 상관없는 기성 책장의 공간 낭비를 줄이고, 좁은 공간과 구석까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실현하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어떤 의미에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을 작업이었기에 흔히 말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경험론과 마주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해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달까요.
홀로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 독방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설계도를 그리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약간의 수정을 거친 형태로 실현시켰죠.
톱과 대패, 전동드라이버, 목공용 칼, 클램프, 번데기 너트와 볼트, 목공용 본드, 몇 개의 피스와 작은 못.
목재를 빼면 이 정도 도구만 있어도 만들 수 있더군요.
공간 작업을 하면서, 뭔가를 만들고 시도할 때마다 사실 스스로도 늘 의심하고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가장 의심스러워하고 염려하고 걱정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에 지고 싶지 않은 오기와, '이걸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만들어낸 화학작용이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책방이 되는 과정에는 주변의 수많은 조언이 있었습니다.
조언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지, 찾아본다면 어디에서 찾고, 어디까지 시도해볼지 결정은 자신의 몫이에요. 그 과정들이 온전히 자신의 몫임을 받아들이는 일, 기꺼이 모든 궁리를 다하겠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교훈적인 얘기로 흘렀는데요.
테이블 두 개를 만들면서 독방 두 칸도 만들었어요. 독방을 두 번째로 만든 건, 독방에 들어갈 소재들, 나무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리 부분이 될 두꺼운 각목 여덟 개와 네 기둥이 될 긴 각재 여덟 개, 철거한 옆 공간에서 얻어온 합판과 각목을 본드로 접착한 목재의 부피가 워낙 컸거든요.
테이블도, 독방도 기본은 깎고 자른 후 끼워 맞춤으로써 피스가 박히는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결론적으로는 성공했는데 중간에 여러 차례 시행착오가 있었고요.(목재가 휜다거나, 이미 휘어 있었다거나 하는 문제들)
독방 두 칸은 동쪽 벽에 나란히 들어가면 정확히 딱 맞도록 길이를 설정했는데, 이 설정 과정이나 절단 과정 모두 눈대중과 대략적 측정을 바탕으로 한 거라서 정말 안 맞으면 어쩌나 하기도 했어요. 안 맞으면 좀 잘라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다행히도 딱 맞았습니다.
'운이 좋았다'라고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냉정히 돌아보면 늘 집중하면서 변화된 조건과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게 작은 성공을 만들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설계도를 갖고, 완전하게 자르고 맞출 수 있다면 그 결과는 틀림이 없겠죠. 하지만 설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자르고 맞추는 과정이 조금 서툴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성을 위한 방법을 찾아간다면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갈 공간, 작업, 일들은 어쩌면 과거에 없었거나,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들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창의와 창조를 외치는 지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를 따라가기보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를 택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왠지 오늘은 자꾸 교훈 모드로 가는데, 오늘의 교훈.
이렇게 된 것! 이렇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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