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다고 믿는 작은 지식이 커다란 진실을 가린다면,

이것은 나의 기록입니다

by 가가책방

질문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신은 오늘 달 모양을 알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지금 당신이 떠올린 그 달 모양이 맞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여지로 남겨두려고 해요. 유난히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날에는 하늘이 맑았는지 흐렸는지, 달이 떴는지 아닌지 혹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잊을 수도 있으니까요.


언제였는지 잊었는데 그런 글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리 밝은 달, 슈퍼문이라고 해도 가까운 가로등 앞에 그 빛을 잃을 수 있다는.

다르게 말하면 가로등이 슈퍼문보다 더 가깝다는 이유로 크고 거대한 존재를 지울 수도 있다는.


살아가며 많은 걸 경계하지만 특히 조심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히 적으면,

"타인을 부정함으로 스스로 우위에 섰다며 자만하지 말 것."

다르게 말하면,

"지금 너의 말은 틀렸고, "를 전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지 말자는 생각이죠.


하지만, 오늘 그랬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이 나갔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의식한 상태에서, 의도를 담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부정하는 표현을 썼다는 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건 아니고"라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깊이 반성합니다.

이 말은 마치 "달보다 가로등이 더 밝다"고 말한 셈입니다.

달이 존재함을 모르는 무지를 가로등을 볼 수 있다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앎이 가려버리는 거죠.

조금, 작은 걸 알면서 마치 거대하며 불변하는 진실이나 진리라도 아는 듯 거만하게 거들먹거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달이 얼마나 밝은지 모르는, 달을 밝히는 태양을 모르는, 가로등만 아는 어리석음.


유난스럽다 말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러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마음으로 제법 안심하며 대화하고 이야기 나눠왔던 스스로를 향한 믿음을 뒤흔드는 실수였으니까요.

엄격한 편입니다.

특히 스스로에게 엄격하다고 믿고요.

그래섭니다.

"어쩌다 한 번은 그럴 수 있지."하고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이유요.


부족한 앎, 모자란 헤아림, 더딘 실천과 유난한 소홀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의식으로 단호할 수 있어도, 무의식으로 어리석게 굴지 말자는 다짐도 있습니다.

뛰어나지 않기에 오히려 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있다고 믿으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계속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며, 쓰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럴 수 있다며 흐지부지 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달은 초승달에서 상현달로 향하는 어디쯤에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비우고 채우는 과정, 그 어딘가에요.

겸손을 되새깁니다.

더 큰 앎, 세계, 삶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태만하기 쉽고, 태만은 종종 오만을 부르며, 오만은 늘 외로운 법이기에.


비극으로, 절망으로, 좌절로 이어지는 비관 섞인 반성이 아닙니다.

이것은 다만, 나의 기록입니다.

이것이 나의 기록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