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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Oct 24. 2019

왜 손님은 자리를 비웠을 때만 다녀가는가

아니지, 내가 자주 자리를 비우고 있는 거겠다

너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지금은 안 들어간다, 너 가면 들어갈 거다

종종 책방에 들르는 길냥이.

지난 2월 처음 만났을 무렵 어디선가 사고를 당했는지 꼬리가 잘린 채 잔뜩 경계하며 다니던, 꼬리가 잘렸으니 '단미'라고 했다가, 담박하다는 의미로 담미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길냥이.


 째려보는 거 아니고, 원래 생김새가 조금 험한 편이다.

책방 앞에 마련한 급식소에 아야와 다정이 모녀가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게 된 이후에 발길이 뜸한 담미인데, 가만히 보면 자리를 비웠을 때 다녀가는 뒷모습이 담미일 때가 있다. 

 마치, 책방 그가 자리를 비웠으니 식사를 좀 하러 가볼까? 생각하기라도 한 듯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저렇게 오래 마주 보고 앉아 있다 가는 거다.


 그런데 이럴 수가.

종종 새로 알게 되어 얘기를 나누게 된 사람들과 자주 검색해보는 SNS 채널 태그 게시물을 보면 분명 책방을 열어둔 날인데도 '책방이 닫혀 있다'거나 '갈 때마다 책방이 닫혀있다'거나 '책방은 안 지키고 어딜 그렇게 자주 가느냐'는 질문이 따라오는 거다.


 아, 정말 신기하네요. 

할 뿐, 달리 할 말을 잃게 되는 순간들.

 저 거의 매일 열어요.

라고 부연할 뿐.


 분석을 해봤다.

왜 그럴까.


 일단, 하나의 가설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이 있을 거라 예상하는 시간은 한낮보다는 저녁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1시~5시? 사이에 방문하는 분이 헛걸음을 하는 듯하다.

 

 결정적 요인은 자리를 비우는 빈도가 잦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활용해 연락할 만큼 강한 호기심을 선사하지 못했거나 방문자 친화적이지 않은 안내, 공지도 문제일 수 있겠다.

 

 꿀팁 하나.

책방에 불이 켜져 있다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확률이 80% 이상.

연락이 닿았을 때 5분 내로 책방에 돌아올 확률은 그보다 높아서 90%에 육박.

그러니, 헛걸음이 아쉽다면 연락 주세요.


불의의 상황도 있다.

이번 주 상황인데, 갑작스럽게 집주인 어르신이 페인트 작업을 의뢰했는지 페인트공 분들이 오셔서 외벽을 청소하고, 페인트를 뿌리고, 바르기를 사흘 째 하고 있다.

이전의 낡은 벽면도 아무 불만이 없었기에 지금의 상황은 불편이 되었다.


밖은 새 것, 안은 오랜 것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그 상반됨이 어떤 느낌으로 이어질지, 무슨 메시지를 전하게 될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Before
After


계획 변경 부분도 생겼다.

벽 윗부분에 간판을 대신해서 책방 이름을 새기려던 계획은 이번 페인트칠 사건으로 백지화됐다.

지나는 어르신들이 "왜 간판이 없느냐"고 자꾸만 궁금증과 갑갑증을 토로하시기에 그렇게라도 하려고 했는데.

했어도 곤란할 뻔했지 싶은 지금이다.


 글자만 빼놓고 페인트칠할 수는 없었을 테니 덮어버렸을 테고, 새기는 수고는 가려질 거고, 깨끗한 벽에 뭘 또다시 쓰기 곤란해서 흐지부지 됐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 하려는 말은.

오늘까지 페인트칠로 책방 이용에 불편이 있다는 얘기.

페인트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듯 하니 오후 늦은 시간에는, 아마도 5시쯤부터는, 이용에 불편함도 가실 테고, 쫓겨났던 고양이 급식소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얘기.


  가가책방은 현재, 가오픈 4개월째. 6개월은 가오픈 상태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었지만, 조금 앞당겨 5개월째인 다음 달, 11월에 정식 오픈할 예정. 

 취향과 입맛에 맞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책들과 조금 더 아늑한 느낌으로 공간을 채워야지.


  확 달라진 가가책방으로 오세요.

제발 저 있을 때 타이밍이 맞았으면 좋겠다.

외관은 변했지만 내부와 사람은 한결같으니.

급 마무리, 저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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