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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Oct 29. 2019

왜 책방은 소꿉놀이가 아닌가

무엇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만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흐릿하게 찍힐 때가 있다. 

야경에 약한 카메라 성능, 화면을 터치하는 한 번의 수고 없음, 혹은 귀찮은 마음, 이유는 여럿이다.

사진에 설명을 조금 붙여보면 북클럽의 즐거운 소란함을 정리하고 책방을 닫기 전 모습이다.

찍을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고, 불을 끄고 나설 때도 즐거움은 여전했다. 

 질문이 하나 있다.


"이 사진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나?"

상황을 모르는 상태라면 솔직히 나 역시 즐거움의 단서를 찾지 못할 것만 같다. 

어둠을 내모는 따뜻한 불빛이 아니라, 어둠에 내몰린 위태로운 불빛처럼 느낀달까.

즐거운 듯 웃는 사람들이 앞에 서 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건 공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한 시선뿐이다.


 책방에 이야기가 쌓여간다. 

책방을 만들던 시간과 책방을 채운 소재, 물건들이 머금은 기억과 새롭게 찾아주고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된다. 

 이대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만 자란다. 

책방을 시작하기 전에 읽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나, 한 때는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냈으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책방들처럼 과거 어느 시간을 추억할 뿐인 공간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가가책방을 조금 더 오래 현실에 머물게 만들고 싶다. 

인터뷰할 때는 당당하게 "책방은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은 아니다"고 말했는데, 이상을 얘기했을 뿐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오래 이어졌다. 


 "뭐해서 돈을 벌어요?"

결정적 타격을 입힌 질문이다.

많은 걸 하고 있다. 두세 가지도 아니고 네다섯 가지 일을 비정기 혹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어쨌든 임대료는 책방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계획에 부합한다. 하지만 부족한 건 맞다. 마이너스의 연속이니까.


 문제는 마이너스냐 플러스냐가 아니다.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소꿉놀이가 등장하는 시점이다.


 소꿉놀이는 계속될 이유가 없다. 즐겁게, 어느 순간에, 가능한 사람들과, 재밌으면 충분하다.

책방은 생존 문제 거나 생존시켜야 하는 문제다.

언제까지나 소꿉놀이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는 책방이 소꿉놀이여도 좋겠다는 거다.

발견, 어울림, 즐거움, 재밌으면 더 좋다.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하는 방관자로 지냈다.

그 덕분에 실현할 수 있던 목표, 만들 수 있던 이야기도 있다. 

이제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항상 소꿉놀이를 할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 소꿉놀이여서는 안 되니까.


 "왜?"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존재는 강해져야 한다.

책임져야 하는 게 있다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희생이니 헌신이니 하는 숭고한 간판이 붙는 건 질색이다. 

즐거움 안에 머물면서 즐거움을 잃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음을, 지속 가능한 영역임을 사람들과 세상에게 보여주고 싶다. 


 의심스러운 건 하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지금 기분으로는 하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더욱이 사람이 있고,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책방은 소꿉놀이다.

사람이 모여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책방은 소꿉놀이로 끝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가 소꿉놀이로 끝나지 않듯이.

어떤 꿈들은, 기어코 이뤄냈듯이.


 진정한 책방으로 거듭나는 과정,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아마 초보 책방지기라면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

돈을 못 버는 책방은 계속 존재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별개 활동으로 돈을 벌어서 책방 운영에 충당하겠다는 건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


책방'에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책방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둘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별개고, 별개 같지만 하나니까.


여전히 흐릿한 부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에 답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해봐야지.


책방은 마치 모래로 쌓은 성 같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다녀가도 빠져나가면 그만인.

하지만 모든 모래성이 간단히 무너지는 건 아니다. 

다르게 보면 콘크리트 건물은 모두 모래로 지은 거니까.

모래는 사람들, 사람들은 이야기, 거기에 무엇을 더해 어떻게 지을지를 고민하자.

물론, 그 힌트 역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서 올 거라 믿기에 오늘도 책방 문과 함께 마음을 열어둬야겠지.


책방이 좋은 건, 우리가 만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작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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