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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Oct 30. 2019

책방 사용법

공주 가가책방 #1

책방이 뭔지 설명해봐.

책방이란 무엇인가.

그렇게 빤히 쳐다봐도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걸 어쩔 수 없다.

일단 애써보겠으니 들어보고 질문해주길 바람.


극단의 시대다. 

사회, 경제, 정치, 콕 짚어 어느 한 분야가 이렇다거나 저렇다고 말할 필요도 없이 어디에나 극단이 흔하다.

오래 머물기도 했고,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도서, 출판, 서점가도 양극단이 있다.

예를 들면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진 도시에 대형 서점이 들어서기도 한다.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자본과 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작은 서점의 공백을 차지하는 거다.

 이와 다르게 특색 있는 작은 책방들이 여러 개 생기면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너지를 내는 현상도 실재한다. 별빛이 모여 달빛만큼 밝게 빛나는 효과랄까.


 조금 더 들여다보자.

지루할 듯싶으면 이번 문단은 뛰어넘어도 좋다.

달빛은 달이 태양빛을 반사한 간접조명이다. 별빛은 달빛보다 덜 환해 보이지만 그 자체가 태양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클 때가 많다. 다만, 아주 먼 데서부터 오랜 시간을 여행한 별빛은 그 빛이 태어난 근원을 잃어버린 지 오래일 수 있다. 수십 억 년 후에는 태양도 같은 길을 가고 있을 거다. 중요한 건 빛을 낸다는 거다. 

 특색 있는 책방은 어두운 은하를 비추는 별처럼 시선과 마음을 끈다. 하고 싶은 말은 같은 책방은 없다는 거다. 별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 다른 정도, 다른 시간에 빛을 내듯이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르다.


 책방 사용법 같은 거창한 제목을 들고 온 건 단순한 우연이다.

책방을 내고 사람들을 맞고 보내며 보고 느낀 '사람들이 이걸 알면 조금 더 재밌게 책방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분에 답하려고 했을 뿐이다.


  간단하게나마 책방이 무엇인가를 답하고 가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책방, 스스로 내린 정의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곳이다.


 책방과 서점을 구분할 때 내놓는 설명과 맥락이 닿아있다. 서점은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책을 판매하는 데 운영의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책을 어떻게 더 많이,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판매할지가 주된 고민이겠다. 

 책방은 책을 팔지만 책만 판다기보다 이야기를 파는 데 더 힘을 쏟는 공간이라고 느낀다. 책방을 몇 군데나 봤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물으면 사실할 말은 적다. 다만 예감하기로, 어느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책방이든 책방지기와 마주 앉아 책방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방의 현실은 비슷해도 계기나, 목표, 바람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책방 사용법을 쓰려고 생각한 이유는 몹시 단순하다.

비록 가오픈이지만 4개월 차 책방지기로서 책방을 이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과 모르면 영원히 모르는 부분 꼭 기억해줬으면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사용법을 알아볼 책방은 당연히 가가책방이다.

서론이 길어져 버려서 본격적인 사용법은 다음 이야기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책방 사용법은 규칙보다 요령에 주목하겠다는 걸 밝히며.


다음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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