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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6. 2019

고전 읽기 북클럽에 묻다 : 누가누가 새롭나

질문이 틀렸던 모양이다

얼마 전에 가가책방 SNS에서 설문 하나를 해봤습니다. 

북클럽을 진행하다 보면 판본이 다른 책을 읽고 모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와 같은 판본을 읽고 모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 사이에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다른 판본을 비교해서 읽는 즐거움과 번역이나 뉘앙스,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반영되는 이야기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에 더 가치를 둘지, 아니면 서로 좋아하는 부분, 문장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기 수월함을 우선할지 같은 고민이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슷한 고민이 생겼고 회원과 잠재 회원들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죠. 

그래서, 이런 설문이 만들어졌습니다.


보면서 한 번 생각해보세요.

투표해주시고요.




그러면 안 되지만 내심 답을 정하고 만든 설문이었습니다. 결국 그런 마음가짐이 결과를 마주했을 때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요. 


 투표 결과는 일곱 명 투표에, 무효가 2, 민음사가 4, 보기에 없는 문예출판사가 1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압도적 득표. 

얼마쯤 공감하세요?


 가가책방 SNS 팔로워가 몇 안 되는 부분, 팔로워들이 얼마나 고전에 익숙한가 하는 문제.

이런 요소들이 분명 영향을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이 틀렸던 게 아닐까?"

"다르게 물어봤어야 하지 않나?"

"자칫 혼동을 일으키기 적당할 만큼 모호한 질문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들이요.


 어떤 지점에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느냐 하면 '취향에 더 가까운가'를 물어본 부분이었습니다.

제 의도는 '조금은 낯선', '최근에 출간된 고전'에 무게를 실어보려고 했던 거지만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어느 출판사가 '취향에 맞는가'로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일단 그 부분을 자각하고 있음을 알렸으니 결과를 신뢰하고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볼게요.



'내심 답을 정했다'라고 얘기했는데, 솔직하게는 '문학동네'가 가장 많은 표를 얻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을 돌아봤을 때 새로운 고전을, 더 높은 빈도로, 많이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가 문학동네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2019년 한 해동안 민음사는 단 3권의 고전만 출간한 걸로 하는데, 문학동네는 3배가 넘는 11권을 출간했거든요. 더욱이 이전에 번역되지 않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작가들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최근에 출간된 고전'은 '문학동네지.'하고 생각했던 거예요.


결과는 달랐습니다만.

생각해봤습니다.

왜 민음사일까?


어느 출판사가 취향 인가로 이해했을 때 이 압도적 결과는 무슨 의미인가.

익숙함일까요.

다른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 

문학동네보다 먼저 시작한 민음 북클럽, 매년 연례행사로 치르는 민음사 패밀리세일, 세계문학전집 공동구매, 그것도 아니면, 도서관에 더 많아서일까요,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설문하지 않았다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더 인기 있다는 걸 몰랐을 거예요.

이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요.


정리를 해보죠.

사실 더 신뢰할 수 있는 설문이 되려면 표본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하고, 독서량, 독서 패턴, 연령까지 고려해야겠죠. 하지만 이번 설문은 순수하게 가가책방 고전 읽기 북클럽이 책을 선정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함이었기에 효과나 신뢰도는 의심받거나 위협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 번 더 반성하게 되는 건 내 기준이 세상의 기준일 거라 섣불리 예단했던 부분입니다. 

세상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그렇게 익숙하게 경험하면서도 또 실수하고 말았네요. 


 투표 결과에 따라 지금 진행 중인 가가책방 북클럽 고전 읽기는 앞으로 민음사 판본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최근에 출간된 고전을 함께 읽는 시간도 곧 만들 생각이에요. 북클럽 두 개나 세 개쯤은 운영해야 책방 아니겠습니까.(물론 이건 제 생각)


 출판사 출간 경향을 보면 새로운 고전 작품을 내놓기보다 이전에 출간한 작품 표지를 바꾸거나, 굿즈를 붙이거나, 재간 혹은 재판하는 경우가 자꾸 더 느는 듯합니다. 에세이 강세에 여전히 자기 계발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변신을 계속하고요. 

 그 역시 현실이자, 취향이니 존중하기로 합니다. 어디까지 취향 선에서라면 얼마든지.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어떤 출판사 고전이 취향인지 투표해주세요.

취향과 별개로 '최근에 출간된 작품'을 읽고 싶다면 어느 출판사를 택할지도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충남 공주시에서 작은 책방을 합니다.

가가책방이에요.

근처를 지날 일이 생긴다면 한 번 들러주셔도 좋겠습니다. 


공주 원도심 가가책방의 저녁 풍경/JK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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