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 사는 가가책방의 미스테리 한 소통방식 Three

모든 소통에는 룰이 있다.

by 가가책방

어디에나 룰브레이커가 있다.

규칙 파괴자.

혁명가.

반항자.

범법자.

시대와 상황, 맥락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만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생각도, 의견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가가 챌린지(조각 재배치)에도 규칙이 있다.

명시한 적은 없지만 대략 이런 규칙들이다.

첫째, 의자 위에 재배치할 것.

둘째, 조각을 더하거나 빼는 것 모두 가능함.

셋째, 읽을 수 있을 것(의도적인 배치로 여러 가지로 읽을 수 있게 만들기 가능)

넷째, 뭉뚱그리지 않을 것.

다섯째, 먼저 사람이 옮겨둔 조각을 책방지기가 확인하기 전에 변형하지 말 것.

이 정도가 기본이 되겠다. 앞으로도 가가 챌린지가 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본 룰을 정했다.

자, 다음 도전자는 누구인가.


지난 이야기 이후 도전자의 작품 속에 'I-구', '고구마' 등을 이을 주인공이 있었을까.

KakaoTalk_20200425_054628582.jpg 가가 30도.

이 작품은 도전작인지, 우연히 바람에 흐트러진 것인지 불분명하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글자 모음의 각도가 유사하고 오른쪽 '가'의 경우 'ㅏ'의 각도도 바뀌어 있어 도전작에 포함시켰다.


가가책방에 만들어둔 서가에 의미를 부여해서 '가가책방'을 소개할 때 '가가'가 서가에 꽂힌 책과 서가의 나무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고 '가가책방'이라고 말한다. 이 모음이 기울어진 가가의 경우를 그 맥락에서 해석하면 책장에 두 권 혹은 세 권을 꽂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비어있어서 살짝 기울어진 책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센스다.

가가책방을 제법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지 않는가.


KakaoTalk_20200428_222218324.jpg 가가책방 가구

얼핏 지난번에 등장했던 '가고'와 유사해 보인다. 'ㅗ' 대신 'ㅜ'로 만들기만 한 듯한 거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가''에 'ㄱ'을 만든 조각을 위에 얹은 게 아니라 앞에서 이었다는 거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지만 '가'와 '구'모두 왼쪽으로 기울인 부분도 흥미롭다. 마치 수직이나 90도의 주도면밀함과 철저함, 완벽해서 오차 없는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가가책방의 느슨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꿈보다 해몽,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KakaoTalk_20200428_222217134.jpg H i H ?

난해한 도전작이 출품됐다.

Hi~도 아니고 HiH도 아니고 누군가의 이니셜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뭔가 다분히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누구의 솜씨인지 알지만 무엇이라 읽으면 좋은 건지 묻지 않았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 글은 어디까지나 거의 전적으로(작가를 모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한) 해석하는 이, 관객, 독자에게 달렸으니 말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대대적으로 조각을 재배치했다는 점이다. 모음의 'ㅣ' 조각을 오른쪽 끝에 배치하고 '가'의 'ㄱ' 윗부분을 중간에 배치했으며 'ㅏ'의 오른쪽 짧은 '-'은 오른쪽 공중을 날고 있다.

마치 어떤 글자를 만들러 가다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일단 해독 가능한 앞부분 'Hi'에 답하면.


"가가책방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세요!"


KakaoTalk_20200428_222216243.jpg 혼돈의 카오스, 의미 없음

아이 둘 혹은 셋이 지나가고 한 아이를 말리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사람은 없고 이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당시 들은 소리를 통해 유추한 상황은 이렇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 날아갈 것 같던 아이는 날아오르는 게 불가능하자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달려서 힘이 빠질 무렵, 의자 위에서 종종 던지고 쌓으며 놀던 나무 조각 장난감을 닮은 조각을 발견한다.

아이는 습관적으로 조각을 흩트린다.

뒤늦게 달려온 엄마는 아이가 조각을 흩트렸다는 건 알지만 애초에 어떤 모양이었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 나무 조각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결국 엄마는 아이를 챙겨 자리를 뜬다.

아이와 엄마가 가버린 후 책방지기가 밖으로 나간다.

상황을 파악한다.

사진을 찍는다.

해석한다.

규칙을 모른다는 건 악의든 아니든 사건을 유발한다.

조각을 흩트리는 정도의 사건은 별 것 아니지만 다른 상황에서 그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

늘 신중할 수도 없고, 항상 신중해야 할 필요도 없겠지만 맥락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이야기의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규칙 안에서도 조금은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아이는 즐겁다.

세상에는 아이가 즐거움으로 행동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일, 공간이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KakaoTalk_20200428_222215288.jpg 가가, 구구

흥미로운 도전 작품이다.

위에서부터 읽어보면 '가'에 'ㄱ' 부분을 만든 '-'을 움직이지 않고 재배치 한 부분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쉽게 보면 '가가' -> '고고'-> '가고'-> '가구'->'구구'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 세부적인 재배치에서 도전 작품에 스며있는 도전자의 성격이 전혀 다름이 읽힌다.


'구구'의 경우 기준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그 외의 부분은 동일한 규칙 안에서 움직였다는 점에서 시스템, 체계를 만들거나 그 안에서 움직이고 일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가가책방에 "더 체계적으로 운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던 것일지도.

또 흥미로운 점은 의자에 꽉 찰 정도로 긴 '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수직과 수평이 균일하고 'ㄱ'과 'ㅜ' 사이의 간격을 벌려서까지 높이를 유사하게 맞춘 부분도 유의미해 보인다.


메시지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든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상상하고, 의도하지 않은 의도를 읽기도 한다.

책방이 심심하고 고요하며 적막할 거라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가가책방은 언제나, 그 어느 공간 못지않게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럽다.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와 이미 담긴 이야기가 서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라디오 소리 틈틈이 파고들기 위해 분투하는 열기를 느낀다.

오늘 날씨가 초여름 못지않게 덥다면, 그건 가가책방에서 새어나간 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리길.


가가 챌린지는 계속되고, 메시지는 이어지고, 꿈보다 해몽도 연속된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길.

KakaoTalk_20200502_153744411.jpg 고양이 공원, 당간지주 공원의 밤과 달과 금성과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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