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영화를 볼 생각으로 하고는 건 아니지만.
암울한 이야기로 시작해야겠다. 이 암울하다는 건 특별히 부정적 전망이나 기분으로 쏟아내듯 쓴 단어가 아니다. 지금까지 그저 남 얘기로 흘려듣던 현실과 흐름을 목격한 후에 내린 거의 확실히 도래할 소멸을 함축해본 단어다. 암울하다는 건 어둠 컴컴하고 답답하다는 거다. 어두우면 볼 수 없고, 답답해하는 이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실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실에 지극히 잘 어울리는 단어다.
공주시는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발행한다. 중요한 시정 현안, 결과, 성과, 목표에 대한 정보를 담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첫 장을 넘겼을 때 '인구 시계'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암울한 이야기의 시작이다.
공주시는 최전성기에 20만 인구가 살던 도시다. 당시에는 현재의 강북(신관동, 월송동)이 없어 원도심과 면단위에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6월 말 인구통계 기준) 공주 원도심 인구는 2만 6천 명이고 신도심 인구가 3만 5천 명 정도이므로 면 단위 인구가 4만 5천 명 내외가 된다. 원도심과 면단위 인구는 전성기 대비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 시계를 보고 나니 문득 공주시 인구 변화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행정안전부 인구통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암울해졌다.
지난해 12월 통계와 올해 6월 통계 사이의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감소한 인구가 몇이나 될까? 놀라지 말자.
암울하다고 해두었으니 마음의 준비는 충분할 거라 생각하고 얘기를 계속한다.
공주시 인구는 6개월 간 1,034명 감소했다.
"아, 줄어들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단순히 1,000명 넘게 줄었다고 해서 암울함을 느낄 정도의 정신 약체는 아니다. 암울하게 느낀 이유는 같은 기간, 1년 전 통계를 찾아본 결과에 있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감소한 인구는 430명 정도다. 한 마디로 일 년 사이에 인구 감소 속도가 200% 이상 빨라졌다는 얘기다. 단순 계산을 하나 해봤다.
105,611 / 2,068 = 51.06
물론, 이렇게 단순한 계산이 유효하다거나 크게 유의미할 거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단세포는 아니다. 실제로는 더 빨리 진행될 테니까. 계산 결과는 현재 10만이 조금 넘는 공주시 인구가 51년 후에는 0명이 된다는 의미다. 인구 감소는 공주만 직면한 위기가 아니다. 다른 지자체, 국가 역시 염려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부분이다. 인간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존재고 이 위기에도 적응하리라 믿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너무 빠르게 무너져 내리면 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깔려 죽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아마, 적지 않은 영역에서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거다. 암울한 이유 하나다.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에 '도시재생사업'이란 게 있다. 공주시 역시 다양한 구역, 예산규모, 주체들이 도시 재생 사업 영역에서 분투하고 있다. 도시 재생에 더해 뉴딜 사업, 상권 활성화 사업 등 그걸 누가 다 하고 있는 거야 싶을 만큼 많은 사업이, 제법 큰 규모의 예산 지원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거다.
같은 맥락인지 잘 모르지만 공주에 와서 본 사업들은 이런 게 있다.
1. 빈 집, 헌 집을 부수어 주차장을 만들어 준다.
2. 구옥을 헐고 한옥을 신축하면 20평 기준으로 1억 원을 사후 지원한다.
3. 1차로를 2차로로 확장하고 인도를 양쪽에 만든다.
4. 공원 확장을 위해 건물을 매입하고, 철거한 후 잔디 혹은 나무를 심는다.
5. 제민천 변에 전망대를 설치한다.
6. 제민천에 음악분수를 설치한다.
7. 눈에 띄는 건물들의 외벽을 소재의 근본을 알 수 없는 회색과 검은색 더하기 목재로 치장하는 걸 지원한다.
8. 의료원으로 쓰던 건물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조선 시대 객사 복원 사업을 한다.
9. 더 많은 건물을 시가 매입하고 철거해 신축하거나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한다.
암울하다. 진행되고 있는 사업 리스트를 적는 것만으로 3년 후가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인구 부양을 위한 정책이 아닐 수 있다. 상권의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권의 활성화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걸까? 사람이 머물지 않는 도시에 상권이 활성화된다면, 그 도시를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무엇보다 그 도시에 누가 남고, 누가 살아가게 될까. 공주시 제민천 주변 지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평당 300 이하는커녕, 400 이하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가는 상승할 수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체감하기에 공주시 지가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건 시의 토지와 건물 매입 사업과 투기 심리를 부를 수 있는 현금 지원 사업의 결과처럼 보인다. 땅값이 상승하면, 원래 머물던 사람들은 이무기가 큰 비를 만나 승천하듯 원도심을 떠나고 싶어 질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런 일을 여러 차례 봤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호기심이 조금 더 커졌다. 그래서 공주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인지 아니면 주변 도시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래프는 떨어지는 경사가 가파를수록 인구 감소폭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공주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드러난다. 짧게는 5년 안에 공주시는 보령시에 인구 규모에서 추월당하게 될 거다. 통계는 그렇게 말한다.
두 도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공주시에는 두 개나 되는 대학이 있다. 올해 공주시는 세종시가 출범한 것으로 보이는 2012년 인구 7,000명 규모의 감소 이후 최대 감소를 기록할 거다. 그리고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지속될 거다.
조금 더 암울해지는 이유다.
너무 암울해지기 전에 이번 글은 여기서 끝을 내야겠다. 정신력을 좀 회복한 다음에 다른 글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