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Aug 29. 2020

그날이 오겠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공주에서 책방을 하는 걸까

 책방을 하지만 고양이 얘기로 시작하는 게 좋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년 반에서 3년 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건 기분 탓일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동네 책방의 평균 수명은 길고양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짧을 것만 같다. 

 고양이는 왠지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매력적으로 느낄 때가 많다. 그에 비해 책방은 오히려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매력적이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지는 거다.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를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에 책방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다. 또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새고 말았다.


 동네 책방은 보통 얼마나 오래 생존할까.

내가 아는 책방 몇 곳은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즐겨 찾는 이가 적지 않았음에도 2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개인의 사정, 생각, 이유라는 게 있겠고 그 이유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비슷한 기간 안에 사라지는 책방이 적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책방을 시작하기 전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기도 했다. 


 동네 책방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은커녕 10년 동안만 존재해도 엄청난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콘텐츠로 넘쳐나는 시대에 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가치가 없어졌다기보다 덜 유효해진 탓이다. 책에서 정보를 얻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찾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할 때가 많고 또 수월하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고, 여유라거나 깊이를 논하기도 쉽지 않은 시대. 책 자체가 시대의 주류에서 서너 걸음 뒤떨어져 있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가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시대다. 


 문득 궁금해졌다. 첫 책방, 서점은 어디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존재했을까. 외국의 어느 유명한 서점처럼 수백 년, 대를 이어 존재하고 있을까. 

 한국 최초의 서점을 찾아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00년에서 조금 모자란 시간 동안 존재했던 종로서적이 한국 최초로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서점이라는 사실이다. 종로서적이 최초의 서점이라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종로서적이 문을 닫게 된 이유다. 위키백과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종로서적이 문을 닫게 된 결정적 이유는 노사분규다. 거기에 주변 서점들과의 과도한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부도에 이르렀다는 거다. 


 한국 출판계, 서점 업계에도 황금기가 있었다고 한다. 밀리언셀러가 매년 몇십 종씩 쏟아지던 시대도 그리 멀지 않다. 신간이 종이신문 전면 광고에 등장하는 일도 잦았다. 다 지나간 일이겠지만 말이다.


 당장, 몇 년 혹은 몇십 년 안에 세상에서 책방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공간 사업은 쇠퇴 산업에 속하고, 도서 혹은 굿즈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유지와 관리를 위한 고정비용이 커지거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을 잃어버린다면 책방이나 서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상적으로는 세상에 거의 영원히 존재하길 바라는 책방조차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랄까.


  어떤 책방들, 서점들은 카페 영업을 함께 하는 것으로 활로를 찾는다.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는 이 방법에는 큰 함정이 있는데, 매출이 역전되기 쉽다는 거다. 책방인지 카페인지 손님은 크게 마음 쓰지 않는 부분에서 책방지기는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느닷없는 정체성의 혼란과의 조우랄까. 


  앞으로의 어느 날. 

책방이 사라진다 해도 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라는 조직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만들어질 것이며, 읽힐 것이다. 


 어느 날, 언젠가.

가가책방 출입구에도 이런 문구가 붙을 것이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같은.


 죽음이 흔한 시대다. 사람이, 조직이, 기업이, 세계가 흔히 사라지고 무뎌진다. 

그럼에도 매일 저녁 하루 동안 책방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되새기고 곱씹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그 순간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간단히 잊히지 않도록 조금 깊이 새긴다.



두서 없이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되도록 오래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책방이기에 오래 존재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노력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오래 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