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Feb 02. 2021

내 얘기를 하기가 가장 어렵다.

내가 사랑한 도시, 공주 이야기

 사람은 다 다르다. 

누군가는 '내 얘기'를 하는 게 가장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얘기'를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이번에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인 '내 얘기'를 좀 적어봐야겠다. 

 인생의 절반쯤 살아보니 마음이란 게 처음부터 잘 닦인 신작로 같지 않아서 자주 쓰지 않으면 꽉 막혀버리는 거구나 하는 개인적 깨달음을 얻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참고가 되지 않을 이야기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오래 생각하며 지내온 부분과 맞닿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쓴다.


 나는 생각이 많다.

예를 들어 산에 자주 오르는 편은 아니지만 드물게 산에 갈 때면 이걸 궁금해한다. 

'산속에 만들어진 등산로는 도대체 누가 만들기 시작해서 누가 완성한 걸까?'

 '그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 혹은 누구들이 만든 이 길을 따라 우리는 수월히 산에 오르고, 넘지만 지금 이 길이 최선인 걸까? 

'이렇게 혹은 저렇게 가로지르거나 길을 내면 더 좋을 듯한데.' 하는 식으로 뻗어나가다 결국에는 왜 산에 오르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오는 거다. 


 내 얘기를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자 전부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무심코 '생각한다'라고 적어버리고 이렇게 적는 게 적절한가를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다. 

아무튼, 그렇다. 나는 내 얘기 하기가 제일 어렵다. 

 그렇다고 남 얘기하기가 쉬운가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남 얘기라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도 남 얘기를 궁금해할 테니 남 얘기를 여기저기 하고 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남 얘기라기보다 정보일 수 있기에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까지 느껴버리면 더 생각해볼 것도 없이 술술 하게 되는 게 남 얘기다. 결국 남 얘기가 제일 하기 쉬운 셈이다. 

 

 지금까지 남 얘기를 쓰거나, 남 얘기인 듯 쓰거나, 남 얘기를 빌려다 쓰거나, 남 얘기를 평하는 식으로 쓰는 일이 많았던 맥락도 같다. 남 얘기를 쓰는 건 더 좋아 보이고, 필요해 보이니까. 스스로 내리는 평가라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인지 남 얘기는 제법 잘 쓰는 편에 속하게 됐다. 대신 '내 얘기'를 쓰는 건 여전히 어려워서 언제까지나 시도하지 못할 영역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내 얘기'를 써서 인기를 얻는 작가들을 보면 뭔가 부러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기 얘기를 소재로 쓰는 건 너무 쉬운 길을 택하는 거라며 애써 위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고백하지만 '내 얘기'를 솔직하게, 거기다 자연스럽게, 더욱이 잘 쓰기는 정말 어렵다. 나는 그들에게서 배웠어야 했다. 그 담담함과 자신 있음과 솔직함 들을.


  '내 얘기'를 수월히 꺼내놓지 못하는 편이라 표현하기 위해 다른 일들을 더 많이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났다. 직접 표현이 아닌 활동과 일을 통해 드러나는 나를 자꾸 이야기하고 나누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이제 겨우 글로 '내 얘기'를 풀어낼 용기에 닿은 느낌이다. 


 공주에 살기 시작한 것도 어느덧 만으로 이 년, 책방은 어느새 삼 년 차,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에 들었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공간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로 첫 번째 내 얘기를 완결 지어보려고 한다. 

 어쩌다 공주에 닿아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며, 여전히 무엇이 좋은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위해서 지금의 내 얘기를 써야겠다.


 마음은 자꾸 쓰고 기울이는 쪽으로 나아간다. 표현은 생각하고 애쓰며 자꾸 시도해야 익숙하고 능숙해진다. 마음을 표현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 자꾸 쓰고 기울이는 쪽을 생각하면서,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시도하며 생각해야 비로소 해낼 수 있게 된다. 

 나를 표현하기, 내 얘기를 하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수월한 이들은 이해 못 할 이야기지만, 모두의 이해를 얻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우연히 공감할 누군가와 이어지기 위해 쓰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자꾸자꾸 이어져서 '내 얘기'를 하는 게 자연스럽고 편안해지기를.

그렇게 이어져서 누군가의 '내 얘기'도 나와 우리에게 흘러들어오기를.

그렇게 저마다의 내 얘기들로 우리 삶이 풍요롭고 즐거워지기를.

가가책방의 형제, 가가상점이 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인이 등단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