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으로 삼다.
가가책방을 소개하는 한 줄의 글이 제민천과 제민천 주변 공간을 소개하는 기사에 등장했다. '가가책방'이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공간이 제민천에 두 개는 없기에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 소개는 '정신 나간 사장님'이라는 표현으로 끝이 난다.
앞서 적은 가가책방을 소개하는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가가책방에서는 적은 종수의 책을, 그리 적극적이지 않게, 무인으로 판매하고 있으면서 다만 사람들이 책이 있는 공간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익숙하며, 친근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운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웃자고 하는 소리라고 해도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은 가까운 사이에서도 좀처럼 쓰지 않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표현이라 화가 났다.
사실 평소라면 이런 기사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 공주시 시장님이 공유한 글이고, 마침 제민천 얘기가 있어 어떤 건가 싶어 읽기 시작했던 거다. 처음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가를 찾을 때는 유의미한 검색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무명으로 혹은 종종 기고 형식의 글을 쓰는 특정 영역 활동자인가 했다. 그래서 기사도 잠깐 부르르 하고 더는 연연하는 일 없이 넘어가자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혹시나 싶어 온라인 서점에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니 도시를 주제로 제법 어려 권의 책이 나왔다. 맥락 상,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래서 굳이 힘들게 해당 언론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댓글을 남겼다. 가가책방과 정신 나간 사장님을 언급한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말이다.
명예훼손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은 특정인 혹은 업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성립될 수 있다. 읽어보면 그곳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디를 얘기하는지 특정할 수 있게 될 때 같은 경우다.
시시한 '정신 나간 사장님' 에피소드는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이 계속 뻗어나가더니 이번 사건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뭔가를 자꾸 생각하게 했다. 배울 수 있는 것.
일단 어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라며 '그 사장 정신 나간 거 아냐?'라고 말할 거라는 걸 알았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이제는 '책은 안 사도 괜찮다'거나 '그 책은 안 판다'고 말하는 건 그만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는 거다.
아무튼, 지금보다 더 잘, 꾸준히 책방을 운영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깨달음은 다른 데서 왔다. 책방이 어떠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으로.
작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작가는 어떠해야 하는지, 혹은 나는 어떤 작가이길 바라는지 하는 글을 몇 번이나 썼다. 그때마다 작가는 그런 존재라고 믿었고, 생각했으며, 알게 됐다.
작가는 무언가를 쓰는 행위로 기록자, 전달자, 창조자, 조언자 등의 역할을 해낸다. 한 마디로 작가는 쓰는 존재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작가가 생겨나게 된다. 사실, 작가가 너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오히려 작가가 많아지면 좋은 일이 더 많을 거다. 하지만 쓴다는 행위에는 쓴 것을 책임진다는 의무가 뒤따른다는 걸 아는 작가가 많아졌으면 한다.
그렇다.
작가는 쓰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이 쓴 것에 책임을 지는 존재여야 한다. 단순히 기상천외하고 상상력 풍부한 글, 솜씨 좋은 글, 좋은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잘 써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쓴 것에 책임질 수 있어야 진짜 작가가 아닐까.
풍문으로 듣고 그 사람 참 정신이 나갔네, '정신 나간 사장님'이라고 생각하거나 자기만의 노트에 적어둘 수는 있다. 하지만 공개되는 글, 그것이 심지어 기사 형태로 배포되는 글이라면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야 옳지 않을까.
지금의 나처럼 브런치나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글을 쏟아놓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 수가 자신을 작가라고 말하거나, 자신이 작가라고 믿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공주 원도심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그 작은 책방이 제민천과 도시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보람이며 기쁨이 되는지 말해 무엇할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례로, 특이한 사건으로 마치 가십처럼 소비될 수 있는 얘깃거리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걸 안다.
좋은 요소로 소개되는 일도 큰 보람이다. 하지만 무례하고 경솔한 작가의 글에 언급되고 싶지는 않다.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제정신인 책방 사장, 공주 원도심에서 작은 책방, 가가책방을 운영하는 사람. 그게 나다.
가가책방의 겨울과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