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 조심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출처를 모르거나 사용 가능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이미지를 포함시키지 않는 거다. 오래전에는 저작권이든, 이미지의 사용 권한 같은 걸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하던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번의 경험이 그런 무신경한 습관을 깨뜨렸다.
브런치든 블로그든 발행된 글을 볼 때면 종종 괜히 걱정될 때가 있다. 영상의 캡처 사진이나 연예인의 사진, 혹은 인터넷을 떠도는 SNS 속 사진들을 볼 때면 내가 쓴 사진도 아닌데 갑자기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내용증명의 기억 때문이다.
몇 년 전 다니던 회사 업무 중에는 콘텐츠 발행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주로 콘텐츠를 게시하던 채널이 다음카카오의 직장 in탭이라 더 아련하다. 아마 그때 문제가 된 건 3. 1절이나 광복절 즈음에 발행한 콘텐츠다. 사용한 이미지는 커다란 태극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
결론적으로 문제가 된 이유는 회사에서 발행한 콘텐츠에 디자이너가 사용권한을 가진 이미지를 썼던 데에 있다. 디자이너가 스톡 이미지 사이트의 유료 회원이라고 해도 회사는 별개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무마해 보려고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작가가 고용한 법무팀은 단호했다. 결국 꼭 그 사진이 아니어도 됐을 한 장의 이미지에 100만 원 정도의 수업료를 지불하는 결과가 됐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의 개념을 알고 염두에 둔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는 조금 안일한 듯 보인다. 실제로 작가나 저작권자의 의뢰를 받은 법무팀도 개인을 상대로는 좀처럼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이 없을 거다. 하지만 당장 내용증명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호되게 혼이 나는 경험을 하는 게 자신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매체가 정말 다양해졌다. 그만큼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사용도 조심해야 할 일이 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한 권의 책을 몽땅 읽어주는 일종의 오디오북 서비스나 다름없는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내용증명을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 번의 내용증명이 이렇게 무섭다.
이제는 어디에 무엇을 쓰거나 발행하든 직접 찍은 사진만 사용하려고 한다. 혹 타인의 사진을 쓰더라도 지인이거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이가 저작권자인 이미지를 쓴다. 책 속 문장이나 책 페이지를 찍은 사진을 쓸 때도 조심스럽다. 내가 어떤 글을 썼다는 사실, 누군가의 문장이나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괜찮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없이 글을 발행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유명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노출될수록 어떤 위험이 자신과 가까워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내용증명을 받게 될까 봐가 아니라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까가 돼야 한다. 자신의 창작물을 생산하는 창작자라면 더욱더 민감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적고 있는 나 역시 아직도 둔감한 부분이 적지 않고, 실수도 많이 한다. 하지만 적어도 사용 혹은 활용함에 있어 무의식적으로, 확인 없이, 조심하지 않고 경솔하지 않으려고 늘 애쓴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세계가 있다. 아마도 여러 세계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저작권을 몰랐다는 변명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자신이 공들여 쓴 글을 누군가 임의로 가져다 쓴다면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창작한 무엇을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인 양 포장해둔 누군가를 목격한다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생산한 저작물로 누군가 부당한 이득을 얻는 걸 본다면 정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을 떠도는 화재의 방송 이미지나, 연예인의 SNS 이미지를 단순히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심히 쓰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돌아봐도 좋겠다.
요즘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들의 대문 이미지들을 보다 떠올라서 한 번쯤 스스로에게 되새길 겸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