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매일매일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비밀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아기가 꿈을 꾸는지 소리 내어 웃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문득 무슨 꿈을 꾸는 걸까 가 궁금해졌다. 아기는 무슨 꿈을 꾸는 걸까. 무슨 좋은 꿈이기에 그렇게 해맑은 웃음소리를 냈을까.
아기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말을 할 수 있을 때쯤에는 오늘을 기억하지 못할 거다. 결국 아기의 꿈도, 생각도 모두 영원히 비밀로 남게 되는 거겠지.
아기에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고, 그 이유 역시 영원한 비밀이 되겠지만 유난히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종종 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날 밤 잠결에 소리 내어 웃는 듯하다. 어르거나 안거나 놀아주는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아기는 언제부터 자기 삶을 기억하게 될까. 언제쯤에야 우리가 궁금해하던 그날의 비밀을 풀어줄 수 있게 될까. 크게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었다 풀기를 거듭하는 중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봐도 유난히 어린 시절을 기억 못 하는 축에 든다. 약간이나마 기억나는 듯하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열 살 무렵이라, 이르면 서너 살, 보통 대여섯 살 때를 기억한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럴 리 없다'라고 의심하던 때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외계인에게 납치됐기 때문이라고 믿던 시기도 잠깐 있었다. 그런 외계인이 만화 속에 흔히 등장하던 시절 얘기다. 지구인을 납치해서 연구하다 되돌려 보내면서 기억을 몽땅 지우거나 가짜 기억을 덮어 씌우는 식으로 전개되는.
외계인 납치설을 포기한 다음에 그나마 내놓은 가설이 '별 일 없던 어린 날들' 가설이다. 하루하루 특별히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새로울 것도, 지루할 것도 없이 그럭저럭 지냈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가정이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지금처럼 생각이 많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일상을 그야말로 별 것 아닌 일상처럼 무난히 살던 시기가 있던 게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잠자며 웃음지은 꿈의 비밀이 풀리지 않아도 좋으니 별 일 없이 좋았기에 특별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해도 좋겠다고. 어른들이 즐겨 들려주는 "너, 그때 그랬다"거나 "우리가 그때 이러저러해서 웃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며 조금쯤 덧붙일 수 있으면 충분하겠다.
"빨대 젖병을 십오 분만에 쓸 줄 알게 돼서 천재인 줄 알았다"거나 "아빠 비슷한 소리는 한 번 내더니 이후로 내내 엄마, 맘마만 계속하더라"거나 기쁨이거나 웃음이던 기억들의 증인이 되어줄 사람이 잔뜩 대기하고 있으니 아기 너는 별 일 없던 나날로 기억해도 좋겠다.
참 신기한 일이다. 잠든 아기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아기를 위한 기도다. 여기까지는 사실 신기할 것도 없는 당연한 일이다. 신기한 건 아기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우리를 위한 기도가 되고 나를 위한 기도가 된다는 거다. 나를 지키는 일이 우리를 지키는 일이 되고, 우리를 지키는 일이 아기를 지키는 일이 되고, 그렇게 더 큰 우리를 지키는 일이 저절로 아기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 되는 너무 당연한 기도.
너무 당연한 걸 새삼 신기하게 생각하는 이 모든 순간이 마치 기적 같아서, 오늘의 기억이나, 아기의 꿈속 비밀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어버린다. 처음부터 아기의 웃음소리에 생각이 많아질 필요는 없던 거다. 우리가 사는 건 지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