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하는 글쓰기와 소유하는 글쓰기
글쓰기란 내게 일종의 감각적 행위다.
감각이 이끄는대로 이리저리 내딛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글이 만들어지는 일들을 오래 보고 겪어왔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쓰는 건 당연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사라지는 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돌아오지 않는 건 없던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고, 글쓰기는 필요가 아니라 생활, 호흡처럼 하는 거라고.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죄책감마저 느껴서 쓸 수 밖에 없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숨쉬는 것과 전혀 무관했다. 수십 일 동안 단 한 글자도 끄적이지 않았건만 여전히 잘 숨쉬고 잘 먹고 잘 잤다. 오히려 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심심풀이들에 시간을 흥청망청 쓰는 데 익숙해졌다. 잘 맞는 옷, 딱 맞는 옷, 이 옷 아니면 입지 못할 옷이라고 생각했던 글이 사실은 악세사리에 불과해서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진 듯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사이에 콩나물이 끼어있는 것처럼 그 존재감은 확고하고도 커서 쓰는 일은 미뤄둔 숙제, 언젠가 치러야 하는 홍역 같은 일로 남아있다.
제목은 별 의미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적어봤다.
기계적 알림이 60일동안 글을 쓰지 않았음을 알려왔고, 상투적이긴 해도 내 글이 보고 싶다는 말이 밉지는 않아서, 생존 신고처럼, 기계적 알림에 맞춰 짤막한 기록을 남긴다.
나는 지금 제주도, 사람들을 만날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기록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