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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Dec 07. 2022

경험의 비동시성과 감각의 비동일성

완전히 새로운 것이란 무엇인가


다른 걸 쓰려다 로그인하며 발견한 문구 때문에 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브런치 앱이 새로워졌다며 업데이트하라는 문구를 읽고 실제로 앱을 업데이트했던 게 기억난다. 며칠 지난 일,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임에도 바로 기억이 난 건 업데이트 후 다시 앱을 실행하면서 "그래서,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싶은 의아함이 남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앱을 사용하는 방식, 목적 때문일 것 같은데 새로워진 브런치 앱을 설명하는 글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뭐가 달라졌는지 조금도 인식하지 못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하는 얘기다. 


종종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을 때가 있다. 현실이 현실 속 경험들이 그러한 믿음을 아무리 크게 배신한다 해도 여전히 믿고 싶을 때가 있다. 

 헛헛한 믿음에 대한 얘기다.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동시에 하기란 그 사람들의 규모를 얼마로 볼 것이냐에 따라 수월할 수도 드물 수도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같은 경험을 동시에 한다고 해도 그 경험을 실감하는 감각, 해석하는 감각, 기억하는 감각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비슷하거나 거의 같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될까.

 자신이 느낀 고마움, 분노, 만족감, 억울함, 기쁨, 슬픔들을 다른 사람도 느꼈을 거고 그에 공감할 거라고 믿는 마음은 얼마나 자주, 무수히 꺾이고 있을까. 


 밤이 깊어 하는 얘기다.


밤이 되면 어두워진 방에 불을 켠다.

불 켜진 방은 불 꺼진 방과 전혀 다른 방인가.

불 꺼진 방은 불 켜진 방과 동떨어진 장소인가.

불 켜진 방에 있는 나와 불 꺼진 방에 있는 나는 하나인가 둘인가 그 무엇도 아닌가.


 새로움은 새로움을 경험하는 이들이 새롭다고 느낄 때 새로울 수 있다. 


'나'라는 브런치 앱 사용자는 브런치가 의도한 방식으로 앱을 사용하지 않기에 새로움을 실감하지 못했으나 브런치 앱이 의도하고 나아가려는 방향, 그 방식으로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완전히 새로운 앱이라 느낄 수 있었으리라. 


 굳이 지금의 달라진 앱을 새롭게 실감하기 위해 사용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으리라. 

불 꺼진 방과 불 켜진 방은 실제로 다르지 않고, 불 켜진 방안의 나와 불 꺼진 방안의 나도 다를 것 없으므로 나는 나의 때가 올 때까지 다만 나아가거나 물러날 뿐이다.



뭘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모르는 것도 자꾸 적다보면 알게 될 날도 올테니 조금 더 적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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