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아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일 하나를 마무리하며.
가가 책방을 열고 3년. 우연한 기회에 한 고등학교 독서토론반 선생님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번 해보겠다고 시작한 게 반년 전이다.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공주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연한 기회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경험해볼 수 없었을 시간이 이제 끝나간다.
처음 상상한 모습과 많이 달라서 당황하기도 하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와 10대와 학교의 분위기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된 경험이다.
책을 왜 읽는가와 책으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가와 책이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 난무했는데, 지금껏 던져왔던 질문을 다른 방향에서 대면하기도 하고 새로운 질문도 떠올랐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완연한 겨울의 초입에서 꽁꽁 언 공기와 분분히 흩날리는 눈 부스러기가 뭔가 마지막에 어울린다는 생각.
수업을 운영하며 느꼈던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이렇게 혹은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고, 혹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볼까를 궁리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시작되지 않은, 마지막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