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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Sep 05. 2023

일단락과 완성

알아차리지 못했던 집착들

 작은 책방이기도 한 작업실에서 책 한 권을 샀다. 제목은 <다정하다고 말해주세요>, 작가는 권나무다. 사실 오래전부터 궁금했는데 미루고 있었다. 어떤 책과의 인연은 이루어질 때가 있다고 믿는 편인데 지금이 그때다. 작업실에 비치된 책에는 '이 책을 느리게(천천히였나) 읽었으면 좋겠다'는 메모가 붙어 있다. 메모를 먼저 보고 책을 펴 읽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적어뒀는지 얼른 납득한다. "책을 사놓고 왜 그 책을 보느냐(읽느냐였나)."는 말에 오늘 하루 정신이 없어 펼쳐 보지도 못했다고 답하고 조금 더 읽다 제자리에 두었다. 그렇게 그 시간을 보내고 두 시간도 더 지난 후에야 다시 책을 옆에 두고 읽기 전인 책에 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반성이라고 하면 과장되지만 반성에 가까운 생각 근처를 서성인다. 저마다 길이가 다른 글. 단상과 사유가 뒤섞인 책. 그것은 미완성인가. 이 질문이 낯설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글을 쓰는 동안 어떤 집착이 생겼던 모양이다. 어딘가 가지런하면서 일정한 규모와 규격을 지닐 때 완성되는 거라는 질척한 집착 덕분에 완성이 두려워 버려둔 글이 수 없다. 감당하기 버거운 빚을 떠안은 사람처럼 쓰다만 글과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 다녔다. 

 '나는 끝내지 못한 게 두려웠던 걸까 끝내지 못할 게 두려웠던 걸까.'


 몇 편의 글을 읽으며 호흡에 가까운 속도로 나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호흡의 속도는 삶의 속도. 한결같을 수 없다. 어떤 글은 완성된 듯 보이고 어떤 글은 일단락지은 듯 보인다. 삶의 모든 사건을 완결시킬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이야기는 더 시간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나쁜 버릇이 있다.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떠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더 나쁜 버릇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 떠올린 방법을 문제로 곤란해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대개 그런 상황이면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럴 때 내가 조금 더 현명하다면 "아, 정말 곤란했겠구나." 하며 공감으로 마음을 뻗으면 좋을 테지만, "무슨 말인지는 아는데 그렇게 하면,,"하고 다음 말을 시작하는 더더욱 나쁜 버릇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나임에도 책의 제목을 빌려 적어본다.

 "다정하다고 말해주세요."


 완성보다 일단락을 바라며 써나가야지.

 큰 일은 아니지만 오늘도 사소하게 아이가 아프다. 나는 다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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