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울음이 났다

아이보다 먼저 울고 말았다

by 가가책방

오늘 아침, 처음으로 아이보다 먼저 울었다. 새벽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겨우 잠든 지 두 시간 남짓 지났을까, 잠에서 깬 아이와 아내의 실랑이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이는 왜 잠에서 깼는가, 나는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은 것처럼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누워 뒤척이며 다시 잠들듯 싶던 아이는 이내 방과 거실을 오가며 아주 잠에서 깨버린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가 자꾸 기침을 한다. 시간이 흐르고 창밖은 어김없이 밝아온다. 여섯 시쯤부터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보채기 시작한다. 아직 밥 먹을 시간이 아니라고 얘기도 하고, 아직 아침이 아니라고 다시 자라고 해 보지만 새벽부터 쉬야와 응가를 마친 아이는 허전한 뱃속을 달래지 못한다. 나도 아이를 달래지 못한다. 결국 어제 사둔 빵을 내어준다.

먹고 오라고 두고 다시 누웠는데 오래지 않아 아이가 온다. 이제 해는 더 높이 떠서 밝아진 방을 보며 아침이라며 일어나라고 한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탓인가 생각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듯 아플 때나 아프려고 할 때 아이는 유난히 일찍 잠에서 깨어 이른 아침을 찾았다. 누워있기를 그만두고 일어나 앉는다. 여전히 멍한 머리와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을 바로잡기 위해 눈을 비벼본다. 아침 놀이의 시작이다. 그렇게 얼마나 놀았을까 문득 아이를 보는데 서럽다. 서럽다는 말은 최선이 아니지만 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지 못해 그때의 감정을 서러움이라고 적는다. 아이의 행동, 보챔이 아니라 전날 털어내지 못하고 잠을 설치게 했던 감정들이 단번에 치솟아 오르는데 그 순간이 너무 슬펐다.

아이를 보며 "아빠가 너무 슬프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순간 울음이 나는 거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숨죽여 우는 울음이 아니라 아이가 그러듯 "허엉"하며 소리치는 울음이다. 그렇게 엉엉 울었다. 영문 모를 아빠의 눈물에 아이는 이내 나보다 더 슬프고 서러운 울음을 운다. "아빠, 울지 마." 하며 우는데 그게 또 너무 슬퍼서 한 번 더 엉엉 울고 말았다. 울지 말라며 자꾸 우는 아이의 놀란 모습에 애써 울기를 그친다. 아이 눈물을 닦고 내 눈물도 닦는다. 그렇게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아빠와 아이는 처음으로 함께 울었다.


오래전, 지금 나보다 조금 더 나이 들었던 아버지는 집안 어른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는 술기운에 자식들 앞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60이 못되어 돌아가신 어른, 비슷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집안사람들을 이야기하며 멀지 않아, 느닷없이 들이닥칠 죽음을 두고 울었다. 그날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는지 다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짐작해 보면 아버지 세대가 짊어지고 살아온 가장의 무게와 비교적 단명하는 집안의 분위기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이 슬픔과 함께 휘몰아쳤던 게 아니었을까. 오늘 아침 나의 울음과 그날 아버지의 울음은 이유는 달랐지만 닮았다. 나의 감정이면서 홀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봇물이 터졌던 거다.


아이와 나의 눈물을 닦고 난 후 우리는 평소처럼 논다. 책을 보고, 도둑이 되고 경찰이 되고, 서로 순서를 바꿔가며 알을 부화시키고 '삐약'소리를 섞어 대화하고, 규칙을 정하고 의도적으로 규칙을 어기며 익살스럽게 웃는 아이와 마주 웃는다.


아이는 놀랐겠지만 아빠도 소리 내어 운다는 걸 배웠을 것이다. 내가 아직 영문을 모를 어린아이 앞에서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는 걸 배운 것처럼. 그런 울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걸, 그래서 아이들이 그렇게 소리 내어 우는 것이며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어른들이 가슴을 앓게 된다는 걸.


낮잠을 자면서도 아이가 기침을 한다. 울어도 좋으니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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