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공복을 유지하는 게 좋다

아이의 아침 습관

by 가가책방

아침을 챙겨 먹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반찬이 있어도 반찬이 없어도 아침에는 뭐든 먹고 집을 나서는 게 습관이 되어서 고민해 본 적 없는 문제가 아침을 먹는 게 좋은가 안 먹을 수 있는가다. 아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우리 집은 아침을 먹는 집이 됐다.

어제 아침 일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서성이다 아침을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났다. 씻어둔 솥을 보는데 그제 삶아서 먹고 남긴 고구마가 떠올랐다. 고구마와 우유에 사과를 곁들여서 가볍게 먹어보면 어떨까. 찬 고구마를 꺼내고 우유 한 잔 가득 따라서 옆에 두고 사과 두 개를 깎는다. 혼자 식탁에 앉아 고구마 두 개를 먹고 났더니 이제 슬슬 아이를 깨워볼까 생각이 들었다.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먹으며 아이 방으로 가서 커튼을 여는데 아이가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나를 본다. 아이의 첫마디는 "잘 잤다"고 두 번째 말은 "왜 포크를 들고 있어요?"다. 연극의 대사를 읊듯 어색한 '잘 잤다'는 잠 묻은 말에 웃음이 나는 걸 참으며 물음에 답을 한다.

"사과를 먹고 있었어."

커튼을 걷으며 비쳐든 빛에 포크가 반사되어 반짝인 모양이다.

"나도 사과 먹을래요."

아이는 자기도 사과를 먹겠다며 포크를 달라고 한다. 포크를 향해 안겨오는 아이를 안아 들고 손에 포크를 건넨다. 오늘 아침은 사과다.

엄마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엄마는 사과를 먹을 수 있지만 밥도 먹어야 한다는 주의다. 겉보기에 아이가 엄마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 사과와 지난밤 지인이 사다 준 김부각을 반찬 삼아 밥 한 술을 입에 넣는다. 뭐가 문제였을까. 너무 문제가 많은 건가.

"그만 먹을래."

아이는 이내 자리에서 내려오더니 거실로 놀러 간다. 나는 정말 그만 먹을 거냐고 두어 번 물어보고 말지만 엄마는 걱정이 많아진다. 밥을 안 먹으면 기침 계속한다, 정말 안 먹을 거냐 여러 번 묻는다. 아이는 기어이 더 먹지 않는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두는 게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이고 기침을 하는 아이가 먹는 것마저 시원찮으니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버려 둔다. 어린이집에 가면 얼마 후 간식을 먹을 거고, 조금 놀다 보면 점심시간이 돌아올 거고, 오후 간식이 있고 또 저녁 시간이 온다. 어쩌면 아이는 배고플 겨를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늘 배고팠던 것 같은데 환경이 다른 것이다.


습관이란 무엇인가. 습관은 이롭거나 해롭거나 관계없이 자의적이거나 타의에 의해 몸에 밴다. 이론적으로는 시간이 더 걸리거나 덜 걸릴 뿐 모든 것이 습관이 될 수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아침을 먹거나 먹지 않는 것, 간식을 먹는 것, 영상을 보는 것 모두가 일관된 노력을 지속하면 습관처럼 자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라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결국 자신의 의지나 타인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게 꾸준히 지속하는가 하는 점이 핵심인 거다.


습관 들이기를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몇 달 전에는 훈육을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은가를 두고 오래 생각했다. 좋은 습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생활을 언제부터 아이의 일상으로 해야 할까. 지금부터일까, 내일이나 다음 달일까, 한 살 더 먹은 후 대화나 생각을 나누는 일이 더 수월해진 다음일까.

어느 날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할 필요는 없는 일이고 이미 시작한 것도 있지만 서툰 아빠는 괜한 고민을 만들고 궁리하는 법이라 이렇게 이것저것 적고 있다.


'아이를 위한 습관'이라는 생각에 종종 의문을 품는다. 물론 충분한 영양을 적당한 시간에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어른도 먹기 싫은 때가 있고 먹고 싶지 않은 게 있는 법인데 세 살 아이에게 밥을 먹는 게 좋은 거니까 우리가 먹으라고 하는 만큼, 끼니마다 꼭꼭 먹으라고 하는 게 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밥 외의 간식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려서 허기를 느끼게 할 만큼 충분히 놀아주는 계획을 세워보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간섭하면 더 하기 싫었던 아빠의 마음 탓에 아직 간섭이 뭔지 습관이 뭔지도 모를 아이의 마음을 너무 앞질러 가서 괜한 걱정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아이는 우리가 해야 한다거나 하자고 하는 대로 따라올 텐데 벌써 좋고 나쁨을 스스로 알고, 하거나 하지 않는 걸 결정하는 연습을 시킨다는 너무 거창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와서 밥 먹고 놀아! 안 그러면 이제 밥 없어!!"하고 엄포를 놓는 날이 늘어갈 텐데 행동하면서도 마음은 아이가 어느 날에는 스스로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알아차리기를 욕심내게 된다.


습관 들이기를 시작하기 좋은 때란 언제일까. 역시 지금일까. 우선 내 습관부터 챙기면서 천천히 생각해야겠다. 내 감정에 오롯이 충실할 때,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아이를 지켜보는 습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KakaoTalk_20231019_124235268_01.jpg 인내하면서 현명하게 훈육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아, 일단 아이가 아침을 안 먹겠다고 하는 아침에는 공복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자고로 사람은 배고프면 뭐든 먹게 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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