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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9. 2019

늘 수고하시는 당신께

일 년 먹을거리 장만에 수고하신 당신께


지금 일 년 먹을거리 장만을 끝내면서       2010.12.11


어제는 메주를 만들어 말린 다음 볏짚으로 매달고 나니 새벽 3시가 되었더군요 

메일을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시간이 지났기에 자고 일어나 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여의치 못하여 지금 막 고추장 담그는 일을 끝내고 이제야 한자 적어 봅니다.


달아 논 메주와 막 끝이 난 고추장을 보며 이제 일 년의 숙제가 끝이 난 생각에 마음의 짐(?)이 또 하나 내려진 기분이라 고나 할까요? 


 큰 애는 왜 일을 이렇게 모아서 한꺼번에 다 하시냐며 한 마디 하지만 그래도 해야 속이 시원하니까요

고추장을 담그고 있는 모습


 메주 만드는 것 고추장 담그는 걸 사진을 찍는 큰애를 보고 엄마가 없으면 네가 장가가서 담그려고 하냐니까 아니요 인터넷에 올리려고요 하더군요.


 막내는 오후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 저녁을 먹고 나갔는데 오늘도 아마 못 들어오나 봐요.


어머니께서는 밥맛이 없다 시기에 이마트 물엿 사고 진 밥 사 갖고 오며 빵을 사다 드리니 맛있다고 하며 잘 드셨습니다. 건강하시니 걱정 마셔요.  저요 이렇게 잘 있고요.


다가오는 23일 아침 8시 30분으로 Y병원에서 종합검사 예약했고요. 우리 모두 열심히 자알 있으니 걱정일랑은 마셔요. 오늘은 여기서 안녕하렵니다.


늘 당신과 둘째를 주님께서 지켜주시고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기쁘고 즐거운 나날이 되시옵소서. 또다시 새벽 2시가 되어 갑니다 

안녕! 당신을 그리워하는 율리안나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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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먹을거리 장만에 수고하신 당신께 무어라 감사해도 모자라지만... 수고 참 많이 하셨네요. 2010.12.12

브리지 해도실에서.


 김장하고 메주 쑤고 금년도 할 일을 매듭짓고 나니 후련하고 흐뭇한 기분이 들었겠네요. 당신의 그 기분 잘 이해합니다. 


 이리도 긴 서두의 인사말들은 언제나 약간의 걱정거리 같이 꿰차고 생활하던 그 일들을 해 치우고 나서 후련해하는 당신께 드리는 진정한 내 맘이 깃든 -아니 마음 그 자체를 알려드리려는 의도 때문이지요.


큰 애가 인터넷에 올리고 싶다고 말을 할 만큼 당신이 하신 그 일들은 가장 한국적 정취가 무르익은 바람직한 우리네 아줌마가 해야 하는 일이라 여기는 데 혹시 내가 너무 구닥다리의 사고방식을 가져서 만은 아닐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당신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본보기가 되는 여인상을 갖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에 큰애도 사진을 찍으며 인터넷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당신은 항상 어떤 일에나 수고하시며 모든 일을 앞장서 시행하는 든든한 내 아내입니다.

이렇게나마 언제나 당신을 고마워하는 내 마음을 전하느라 이야기의 서론이 이리도 길었습니다.


 우리-둘째와 접니다-는 어제(11일) 아침 태국의 MAP TA PHUT라는 곳에 입항하였습니다. 


전에 한 번 이곳에 왔을 때는 부근에 있는 파타야 해변을 차를 전세 내어 관광하였었는데 이번에 들린 부두는 항구 안 쪽에 깊숙이 위치해서 직접 시내로 나갈 수 있는 곳인 대신에 나갈 때마다 안전모에 라이프 재킷을 입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부두를 지나다니며 쓰고 입었던 안전모와 라이프 재킷은 게이트에서 벗어 맡겨 놓고 외출했다가 들어올 때 다시 찾아 입고 배로 들어오는 번거로움이 있는 곳이네요.


아직 상륙을 하지는 않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작업 속도가 빨라 내일인 월요일에는 끝난다고 하니 오늘은 둘째랑 한번 나가 봐야겠네요. 나는 별로인데 녀석은 그래도 젊은이인데 그냥 배에 만 있다가 출항할 수는 없잖아요.


여기서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다시 태국의 다른 곳으로 가서 모래 비슷한 SODA FELDSPAR란 화물을 싣고 페르시안 걸프의 아랍에미레이트 MINA SAQR라는 항구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그곳을 향한 대부분의 항해가 인도양 북부인데 아래쪽이 소말리아가 있는 곳이니 제법 신경도 쓰이지만 크게 걱정 안 함은 언제나 당신이 간곡히 청해 주시는 기도가 있기 때문이죠.


 거기에서 짐을 풀고 기름 보급이 끝나면 용선주가 완전히 바뀌게 될 예정인데 이제 그 새로운 용선주가 우리들 바람대로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항차들로 우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주기를 그야말로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주여 이루어 주소서!


심카드 전화가 여기에도 있다고 하여 상륙하면 그것부터 구입할 예정이지만 이곳에서는 모레 출항이라니 얼마 못쓰겠네요.


다음 짐을 선적할 THA SALA라는 곳은 부두도 없고 외해에 닻을 내려주고 선적 작업을 하므로 상륙도 안 되는 불편한 곳이라지만 전화나 잘 되면 그때 사용해도 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나중 전화로 연락을 하도록 하며 오늘은 여기서 쉬어야겠지요. 

새벽 2시 40분이네요.

어머니에게 안부 전해 주시고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는 H.T가 태국에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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